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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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불안에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원80전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개장가 기준 2022년 11월4일(1426원) 이후 2년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한때 고점을 1430원까지 높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표결이 사실상 부결(불성립)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된 여파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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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상단은 당국의 시장 개입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1430원 내외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취약한 국내 경기 기초체력, 트럼프 2기 행정부 무역 갈등 심화를 감안하면 미국 달러가 약세 전환하기 전까지 환율은 1400원대에서 쉽사리 내려오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환율이 오르면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환율 상단은 1430원 내외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미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인 아다르쉬 신하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탄핵 표결 무산으로 불확실성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정치적 이슈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규연 이코노미스트는 "2004년과 2016년의 사례를 살펴보면 탄핵 이슈로 인한 환율 상승은 단기에 그쳤다. 실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2017년 3월 환율은 오히려 하락(원화 강세)하며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헌법적인 절차에 따라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탄핵 정국의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