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가장 핫한 美 작곡가 "옥주현, '마타하리' 음악의 베스트 프렌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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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하리' 옥주현·프랭크 와일드혼 인터뷰
지난 5일 개막…한국서 네 번째 시즌
지난 5일 개막…한국서 네 번째 시즌
"뮤지컬 '마타하리'는 줄리아(옥주현)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이분의 공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녀가 제 노래들의 베스트 프렌드예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은 이같이 말했다.
'지킬 앤 하이드'를 시작으로 '스칼렛 핌퍼넬', '시라노', '몬테크리스토', '데스노트', '웃는 남자' 그리고 '마타하리'까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 타임라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올겨울만 해도 그의 음악 혼이 깃든 작품이 한국에서만 무려 네 편('지킬앤하이드', '마타하리', '시라노', '웃는 남자')이나 무대에 오른다.
'마타하리'는 2016년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손잡고 선보인 첫 창작 뮤지컬이었다. 김지원 EMK 부대표에게 옥주현을 소개받은 프랭크 와일드혼은 당시 여성 서사 작품의 음악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는 "운명처럼 옥주현을 알게 된 거다. 공연을 만들면서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비범한 캐릭터와 굉장히 중요한 상황 두 가지인데 '마타하리'는 그 모든 걸 충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옥주현의 목소리는 영감을 줬다. 내가 그동안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사람을 위해 작곡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자기 목소리를 마치 재즈 색소폰처럼 활용하며 악기처럼 쓴다. 언제는 부드럽게, 또 어떨 때는 강력하게 연주하듯 노래한다. 어떤 음악을 하든 가장 중요한 건 혼을 담아 한다는 거다. 옥주현은 아름답게 이 곡을 연주해주는 분으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대변할 때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여러 작품 중 '마타하리'가 좋은 이유는 바로 옆에 앉아있는 이 분(옥주현) 때문"이라고 거듭 칭찬하며 "특정 인물을 위해 공연을 만드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겨울 한국에서 네 개의 작품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크레이지한 일"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겸손하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주 큰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 역량은 뮤지컬에 한정되지 않는다. 독학으로 음악을 배운 그는 당초 대중음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휘트니 휴스턴, 나탈리 콜, 줄리 앤드루스 등과 호흡하며 숱한 히트곡을 썼다. 휘트니 휴스턴에게 빌보드 '핫 100' 1위 곡인 '웨어 두 브로큰 하츠 고(Where Do Broken Hearts Go)'를 안겨준 사람도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뮤지컬 음악으로 제2의 삶을 연 그는 멈추지 않고 클래식 음악에도 도전, 2022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자신의 첫 교향곡 '다뉴브(도나우) 심포니'를 선보였다. 미국인 작곡가가 빈필에 데뷔한 건 그가 최초다. 두 번째 교향곡을 작업해 달라는 제안이 와서 오는 1월 빈에서 또 녹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70년대의 재즈, 알앤비 음악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런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너무나도 대단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마타하리'라는 이름은 말레이어로 새벽의 눈동자라는 뜻이다. 해가 없는 밤, 짙은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극 중 마타하리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마타하리' 초연부터 네 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까지 책임지고 있는 옥주현은 "지난 삼연부터 드디어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킬만한 스토리, 감동, 음악의 연결성까지 모든 드라마의 흐름이 딱 알맞게 맞춰졌다. 2년 만에 돌아온 '마타하리'는 더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벽돌과 벽돌 사이 더 단단하게 시멘트를 바르듯 성을 만들었다. 그 레이어가 얼마나 큰 의미를 전달하는지 알고, 감동을 하실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마타하리 여정은 출발부터 남달랐고 소름 끼치도록 쫀득하게 좋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의 매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가사 없이 멜로디를 먼저 흥얼거리며 불러보면 이 사람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기승전결을 밟아온 게 느껴진다. 길잡이가 되어주는 멜로디를 쓰는 것 같다. 그 감정을 내 심장에서 꺼낼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영광스러웠다"고 극찬했다. 이에 프랭크 와일드혼은 "당신이 그 노래들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화답했다.
'마타하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정국이 뒤숭숭한 가운데 지난 5일 개막했다. 이와 관련한 불안감은 없었는지 묻자 옥주현은 "국민이 모두 흔들릴 때 가장 많이 타격을 받는 게 예술"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매 순간 열심히, 내 앞에 주어진 시간을 잘 쓰면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티켓 파워'가 센 배우라는 수식어와 관련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옥주현은 "훌륭한 여자 배우들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그런 작품이 더 알려질 수 있도록 내가 도구로 잘 쓰였으면 좋겠다"면서도 "'티켓 파워'라는 수식어는 너무 무섭다. 내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난 어떤 작품을 하든 다 솔드아웃시키는 조승우 같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순간 되니까 '티켓 파워'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그런 작품도 있고 아닌 작품도 있다. 어떤 작품을 하든 지금까지 쌓아온 것에 대해 관객분들이 무한한 신뢰를 갖고 클릭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이 저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마타하리'는 내년 3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한국인이 사랑하는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은 이같이 말했다.
'지킬 앤 하이드'를 시작으로 '스칼렛 핌퍼넬', '시라노', '몬테크리스토', '데스노트', '웃는 남자' 그리고 '마타하리'까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 타임라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올겨울만 해도 그의 음악 혼이 깃든 작품이 한국에서만 무려 네 편('지킬앤하이드', '마타하리', '시라노', '웃는 남자')이나 무대에 오른다.
'마타하리'는 2016년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손잡고 선보인 첫 창작 뮤지컬이었다. 김지원 EMK 부대표에게 옥주현을 소개받은 프랭크 와일드혼은 당시 여성 서사 작품의 음악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는 "운명처럼 옥주현을 알게 된 거다. 공연을 만들면서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비범한 캐릭터와 굉장히 중요한 상황 두 가지인데 '마타하리'는 그 모든 걸 충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옥주현의 목소리는 영감을 줬다. 내가 그동안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사람을 위해 작곡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자기 목소리를 마치 재즈 색소폰처럼 활용하며 악기처럼 쓴다. 언제는 부드럽게, 또 어떨 때는 강력하게 연주하듯 노래한다. 어떤 음악을 하든 가장 중요한 건 혼을 담아 한다는 거다. 옥주현은 아름답게 이 곡을 연주해주는 분으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대변할 때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여러 작품 중 '마타하리'가 좋은 이유는 바로 옆에 앉아있는 이 분(옥주현) 때문"이라고 거듭 칭찬하며 "특정 인물을 위해 공연을 만드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겨울 한국에서 네 개의 작품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크레이지한 일"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겸손하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주 큰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 역량은 뮤지컬에 한정되지 않는다. 독학으로 음악을 배운 그는 당초 대중음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휘트니 휴스턴, 나탈리 콜, 줄리 앤드루스 등과 호흡하며 숱한 히트곡을 썼다. 휘트니 휴스턴에게 빌보드 '핫 100' 1위 곡인 '웨어 두 브로큰 하츠 고(Where Do Broken Hearts Go)'를 안겨준 사람도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뮤지컬 음악으로 제2의 삶을 연 그는 멈추지 않고 클래식 음악에도 도전, 2022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자신의 첫 교향곡 '다뉴브(도나우) 심포니'를 선보였다. 미국인 작곡가가 빈필에 데뷔한 건 그가 최초다. 두 번째 교향곡을 작업해 달라는 제안이 와서 오는 1월 빈에서 또 녹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70년대의 재즈, 알앤비 음악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런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너무나도 대단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마타하리'라는 이름은 말레이어로 새벽의 눈동자라는 뜻이다. 해가 없는 밤, 짙은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극 중 마타하리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마타하리' 초연부터 네 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까지 책임지고 있는 옥주현은 "지난 삼연부터 드디어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킬만한 스토리, 감동, 음악의 연결성까지 모든 드라마의 흐름이 딱 알맞게 맞춰졌다. 2년 만에 돌아온 '마타하리'는 더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벽돌과 벽돌 사이 더 단단하게 시멘트를 바르듯 성을 만들었다. 그 레이어가 얼마나 큰 의미를 전달하는지 알고, 감동을 하실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마타하리 여정은 출발부터 남달랐고 소름 끼치도록 쫀득하게 좋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의 매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가사 없이 멜로디를 먼저 흥얼거리며 불러보면 이 사람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기승전결을 밟아온 게 느껴진다. 길잡이가 되어주는 멜로디를 쓰는 것 같다. 그 감정을 내 심장에서 꺼낼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영광스러웠다"고 극찬했다. 이에 프랭크 와일드혼은 "당신이 그 노래들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화답했다.
'마타하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정국이 뒤숭숭한 가운데 지난 5일 개막했다. 이와 관련한 불안감은 없었는지 묻자 옥주현은 "국민이 모두 흔들릴 때 가장 많이 타격을 받는 게 예술"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매 순간 열심히, 내 앞에 주어진 시간을 잘 쓰면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티켓 파워'가 센 배우라는 수식어와 관련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옥주현은 "훌륭한 여자 배우들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그런 작품이 더 알려질 수 있도록 내가 도구로 잘 쓰였으면 좋겠다"면서도 "'티켓 파워'라는 수식어는 너무 무섭다. 내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난 어떤 작품을 하든 다 솔드아웃시키는 조승우 같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순간 되니까 '티켓 파워'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그런 작품도 있고 아닌 작품도 있다. 어떤 작품을 하든 지금까지 쌓아온 것에 대해 관객분들이 무한한 신뢰를 갖고 클릭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이 저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마타하리'는 내년 3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