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감독 "탄핵이든 하야든 빨리 책임져야" [종합]
"이런 시국에 '오징어게임2'를 공개하게 돼 마음이 무겁습니다. 탄핵이든, 하야든 최대한 빨리 책임지고 연말을 국민에게 돌려주길 바랍니다."

'오징어게임2' 공개를 앞두고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이 소신 발언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황 감독은 9일 서울 동대문구 DDP 아트홀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제작발표회에서 "이게 왜 이렇게 인기가 있냐는 질문을 받는데, 저도 잘 모르겠다"며 "일단 재밌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에서 끝난 게 아니라 사회적 접점이 있어서, 뭔가 할 얘기를 남겨뒀기에 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즌2에서도 다른 전략을 세우지 않고 시즌1과 마찬가지로 '재밌다'는 얘길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했다"며 "재밌게 보고,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그러면서도 "이게 공개되면 가장 예상되는 반응은 '빨리 시즌3가 나와야 할 텐데'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징어게임2' 감독 "탄핵이든 하야든 빨리 책임져야" [종합]
그런데도 창작의 고통과 부담감은 숨기지 않았다.

연출뿐 아니라 시나리오까지 직접 집필한 황 감독은 시즌1 공개 당시 "시즌2는 절대 없다"며 "이빨이 다 빠졌다"고 창작의 고통을 호소했다. 당시 황 감독은 치아 8개를 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즌1이 넷플릭스 역대 글로벌 흥행 1위에 등극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즌2, 시즌3 제작이 마무리됐다.

황 감독은 "충분히 뺐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치통이 등장했다. 뽑아야 할 거 같은데 겁이 나 못 간다"며 "치과에 가면 2개 정도 더 뽑아 임플란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도 개인적으로 너무 슬프다"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이런 시국에 공개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계엄 선언부터 해지까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탄핵 투표도 실시간으로 봤다"며 "국민이 불안과 우울감을 갖고 연말을 보내는 게 불행하고 화가 난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탄핵이든 하야든 최대한 빨리 책임을 지고 연말을 국민에게 빨리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기에 공개되는 게 '오징어게임2'의 운명 같다"며 "보시면, 우리나라와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열과 격변이 다시 한번 게임과 현실을 연결해 보실 수 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다. '오징어게임2'를 보는 게 세상을 보는 것과 동떨어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서바이벌 드라마다. 역대 넷플릭스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우는가 하면 전 세계에 달고나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등 한국의 골목길 놀이를 전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즌2에는 전 시즌 게임 우승자였던 성기훈(이정재 분)이 프론트맨(이병헌 분)과 치열한 대결과 다시 시작되는 게임에 대해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황동혁 감독은 "기훈이 딸을 만나려 미국에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려다 '우린 말이 아니라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나온다"며 "시즌2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는다. 게임을 만든 사람들을 찾아 게임을 찾으려는 사람과 그런 기훈을 붕괴하려는 프론트맨의 갈등구조가 이번 시즌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시즌의 차별점에 대해 "시즌1에서 잠깐 소개됐던 찬반 투표 제도가 시즌2에서는 본격적으로 매 게임 진행돼 중요하게 다뤄진다"며 "투표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현재 상황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선이 얼마 전에 끝났는데 그렇게 연결해 생각하면 재밌을 거 같고, 새로운 게임도 등장하니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시즌2, 시즌3를 관통해서 전 세계가 제가 보고 느끼기로는 갈라지고, 분열되며, 서로가 선을 긋고 적대시하는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내 갈등뿐 아니라 국가간 전쟁도 그렇고, 이 '오징어게임' 시리즈에서도 그런 인간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현실와 '오징어게임' 속 모습이 닮아있다고 느끼실 거 같고, 이 작품으로 그걸 돌아볼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오징어게임2' 감독 "탄핵이든 하야든 빨리 책임져야" [종합]
이정재는 "이전과 달라진 기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봐야 이정재이지만 목표가 뚜렷해지고, 수년간 딱지맨을 찾아다니고 마침내 그 게임장 안에 다시 들어가게 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연기하게 됐다"고 이번 시즌의 차이점을 소개했다.

이정재는 "모든 부분이 부담이었다"며 "거기에 시즌2, 3를 한꺼번에 찍으면서 부담을 뛰어넘는 고충이 있었다. 감독님이 최대한 하고자 하는 방향을 따라가며 연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부담감을 잊게 됐다"고 작품에 임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이정재는 이어 "시즌1 때도 세트장에 들어갈 때마다 놀랐다"며 "시즌2도 마찬가지더라. 과연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했는지, 항상 그 이상의 세트장이 구현돼 있어서 많은 분의 노력이 느껴졌다"고 전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시즌1에서 잠깐 등장했던 프론트맨에서 시즌2의 갈등 중심에 선 이병헌은 "이번엔 전사가 설명이 되고, 왜 게임에 참여하게 됐는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기훈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동생인 형사 준호를 연기한 위하준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준호가 형을 찾고, 어떻게 게임을 멈추려 하는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이병헌은 "시즌1이 사랑받은 건 예상 불가능한 상황이 연속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시즌2는 그 충격은 덜할 수 있지만, 시즌1에서 가져간 보편적인 정서를 통해 더 많은 스토리, 드라마로 이끌어갈 수 있을 거 같다"고 전했다.
'오징어게임2' 감독 "탄핵이든 하야든 빨리 책임져야" [종합]
새롭게 합류한 임시완은 자신을 "코인 사기에 연루된 유튜버 역할"이라며 "빚쟁이 신세로 도망치게 돼 게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고 그의 전 여자친구 준희로는 조유리가 등장한다.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로 꼽히는 트랜스젠더 현주 역의 박성훈을 비롯해 자식을 위해 게임에 참여한 노을 역의 박규영, 경석 역의 이진욱, 모자 관계로 등장하는 강애심과 양동근 등 새로운 캐릭터들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황 감독은 "이 작품을 쓰기 전엔 코로나19 시국 전이었는데, 이 정도 빚을 가진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후의 사회를 보니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코인, 주식 등 열풍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난 거 같더라. 그래서 젊은 참가자를 많이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1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좋아하는 것들을 보여주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려 했다"며 "세트에서도 숙소가 같아 보이지만 바닥의 O,X로 붙이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고, 음악도 시그니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편곡과 분위기를 바꾸는 등 시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 "시즌1에서도 마이너한 계층이 있었는데, 시즌2에서도 마이너한 참가자를 등장시키고 싶었다"며 "성소수자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성소주자) 현주가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지 않을까 싶다"며 "아비규환의 게임 속에서 핍박받고 소외당하는 인물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즌1의 팬이었다는 임시완은 "영희 인형을 처음 접했을 때 그 모습을 보면서 감격과 전율을 느꼈다"며 "영희의 목이 돌아갈 때 팬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2'로 첫 연기 도전에 나선 조유리는 "TV로만 뵀던 분들을 봐서 신기했다"며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더 좋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병헌은 그 공을 모두 연출자인 황 감독에게 돌렸다. "이전에 영화 '남한산성'이라는 작품을 황 감독과 오랫동안 같이했고, 이번 작품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생각이 복잡했을 텐데 항상 예상 촬영 시간보다 빨리 끝났다"며 "정말 대단한 연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어딜 가서 주연하는 분들이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죄송했다"며 "기다림이 길어지다 보니 본인들끼리 '이렇게 오래 기다리면 즐겁게 지내자' 이렇게 잘 지내주신 거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오징어게임2'는 오는 26일 공개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