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용 교수 (오른쪽 위)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며 사과하자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와 패널들이
박구용 교수 (오른쪽 위)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며 사과하자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와 패널들이 "여기와서 사과하냐"며 웃고 있다. /사진='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남성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며 "여성들이 많다"고 발언한 데 대해 사과했다.

9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 교수는 최근 달라진 집회의 모습을 전하면서 "제가 좀 사고를 쳤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제 '매불쇼'에서 실수한 것은 여성들이 많으니까 남자들 나와라였다"며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해서 실수했고, 사과를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인 김어준은 "욕 좀 드셨구먼?"이라며 "(사과는) 딴 방송에서 하셔야지. 여기 와서 사과를 하시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 교수 또한 웃으며 "어준 씨가 피해를 보더라도(해야 한다)"라며 "제가 출입증이 있어 국회 안으로 들어갔었는데, 가보면 한강 작가의 말이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 낭독한 '빛과 실'의 한 대목을 가져왔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 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구절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유일한 힘은 뭐냐, 현재가 과거를 돕는 게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는 게 한강 작가의 표현"이라며 "죽은 자가 산자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어준은 "민주화 경험이, 희생당한 사람들이 지금 우리에게 지혜를 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박교수는 거듭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부족 사과드리고, 재발 방지하겠다"고 사과했고, 김어준은 "어떻게 재발 방지할 거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가볍게 껄껄 웃어 넘겨버리는 거 별로다", "사과 내용도 짧고 논란을 하찮게 여기는 듯", "당사자는 그래도 사과한다는 데 옆에서 우스갯소리 하면 안 좋게 보인다. 분위기 좀 진지하게 만들어주지", "빠르게 사과 잘했지만, 다시 정중히 사과하셔야 할 듯", "판을 깔아줬으면 할 말은 하게 해 줘라"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앞서 박 교수는 지난 8일 '매불쇼'에 출연해 집회의 분위기를 전하던 중 "어느 순간 자세히 보니까 주된 연령층이 20~30대 여성이었다. 깜짝 놀랐다"면서 "20~30대 남성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 여자분들이 집회에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는 철학과 교수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고, 박 교수는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는 게) 얼마나 철학적이냐"며 웃었다.

해당 방송 시청자들은 박 교수의 발언이 경솔하다며 비판했고, 결국 '매불쇼' 측은 해당 발언을 편집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