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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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가 불발된 후 지금 거대 양당 수장의 처지는 극과극이다.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에 선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은 매일 같이 장관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등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저지에 성공한 후 한숨을 돌렸다싶었더니, 민심의 역풍과 민주당의 거센 공세 속에 코너에 몰렸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정치는 생물과 같아서 언제든 처지가 역전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재명 대표라고 약점이 없는 게 아니고, 한동훈 대표라고 반전의 기회가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속내는 급한 민주당?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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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을 보면 그야말로 언행에 거침이 없다.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물론이고, '씨' 등도 붙이지 않고 이름으로만 부르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란 호칭이 아깝다는 게 이유다. 이재명 대표 등은 '탄핵 챌린지' 영상까지 공유하며 "크리스마스 이전에 끝장을 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탄핵 정국 속에서 신바람이라도 난 것 같은 민주당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외로 속내는 급해서 저러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지금은 수면 밑에 있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보수가 결집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 대표의 마음이 급하다. 내년 5~6월로 예상되는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행여 '피선거권 박탈'이란 결과가 나올 경우 이 대표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은 한배를 탄 것처럼 행동하는 비명계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본색을 드러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에 집중된 민심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탄핵에 대한 국회 표결 결과에 대해 '동의한다'는 여론이 결코 약하다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디어리서치가 8일 만 18세 이상 1007명에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못했는데 국회 표결 결과에 동의하느냐'라고 묻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2.2%, '동의한다'는 24.6%로 집계됐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예상보다 '동의' 비율이 높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는 민주당의 '탄핵 남발'에 대한 피로감, 이 대표의 대권을 원하지 않는 여론이 적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며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히 잘못됐다"면서도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스물다섯 번이나 발의된 민주당의 탄핵 남발도 결코 죄가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韓은 구세주 될까?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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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동훈 리더십'을 강화할 찬스가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국 수습에 성공할 경우 한 대표가 '역전 만루홈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계엄 사태가 터진 후 여론의 관심은 이 대표보다, 한 대표에 집중돼 있다. 검색량 지표인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한 대표의 검색량이 이 대표를 내내 앞서고 있다. 당 대표 취임 후 검색량 지표에서 대체로 이 대표에 뒤처져 있던 한 대표를 향한 대중적 관심이 최근 역전된 것이다. 한 대표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그만큼 큰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출처=네이버 데이터랩
출처=네이버 데이터랩
문제는 "두 번의 탄핵은 없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보수 지지층 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이반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12월 1주차 갤럽(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CATI방식, 응답률 12%)과 리얼미터(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ARS, 응답률 4.8%)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함께 최저치를 기록했다.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5%포인트(갤럽)~10%포인트(리얼미터) 낙폭을 보였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여당에 최근 지지율 지형은 낙관할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과 여당범야권 지지율 판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과 유사해 위기가 고조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정당 지지율. /출처=한국갤럽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정당 지지율. /출처=한국갤럽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YTN 뉴스에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있다. 제2, 제3의 군 지휘부의 양심고백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한 대표 입장에선 빨리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든, 이 대표든, 시간을 끄는 쪽이 불리하다"며 "정치는 생물과 같아서 어떻게 변할 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