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선보인 자이가이스트 모듈러 주택. 사진=GS건설
GS건설이 선보인 자이가이스트 모듈러 주택. 사진=GS건설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것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집값과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매물까지 부족해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주택을 사기 어려워지니 젊은층에서는 조립식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아마존 등에서 수만달러면 소규모 조립식 주택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립식 주택은 현장에서 건설되는 전통적인 주택과 달리 공장에서 제작·배송됩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에서 '프리패브 하우스'(prefab house) 또는 '모바일 하우스'(mobile house)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조립식 주택을 보여줍니다. 10만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조립식 주택부터 3000달러도 되지 않는 창고 형태도 있습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미국 주택 중간가격은 40만4500달러로 15개월 연속 상승세입니다. 전통적인 주택과 비교하면 조립식 주택은 가격이 10분의 1 수준인 셈입니다. 모양, 크기, 색상 등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고 시공기간도 짧으며 교체 및 철거도 용이합니다.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젊은 층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입니다.

미국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택에서 조립식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라고 합니다. 올해는 9월까지 신규 조립식 주택 7만7000채가 공급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부동산인 일반 주택과 달리 조립식 주택은 동산으로 간주되어 감가상각이 빠르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구입할 때 정부 보증 융자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불리합니다. 민간에서 융자를 받더라도 신용대출에 준하는 고율 이자를 부담하는 등의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합니다.
DL이앤씨가 준공한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가 준공한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 사진=DL이앤씨
땅을 소유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임대료 상승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수년간 조립식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토지 임대료는 5년 동안 2배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주택이 땅에 완전히 부착되지 않아 지진과 홍수에 더 취약하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여러 단점이 있지만 조립식 주택을 세컨드홈으로 사용한다면 장점이 더 많습니다. 완전히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 집을 두고 주말에는 전원주택에 다녀오는 식의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을 한다면 전원주택의 소형화가 필수입니다. 매입에 부담이 없고 쉽게 옮겨갈 수도 있는 조립식 주택이 제격인 이유입니다.

국내에서도 조립식 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0년 268억원에 그쳤던 시장규모는 2023년 25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 도입되는 '농촌체류형쉼터'로 조립식 주택의 인기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진입하면서 2030년 국내 모듈러 건축시장이 2조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GS건설은 올해 '자이가이스트'라는 브랜드로 1억원 초반 대, 1주일 시공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DL이앤씨는 전남 구례에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했고 포스코이앤씨도 지난해 특허청에 이동식 모듈러 주택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인구감소지역에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 1가구를 추가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득세와 보유세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주문하면 배달되는 세컨드 하우스가 점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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