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도 없는 암울의 시대 "'사일런트 스카이'는 위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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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간담회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가 위로와 공감의 공연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9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정 연출은 "이 공연은 보는 사람 모두가 다른 길로 가더라도 위로받고, 격려해주고, 지지한다는 강한 유대감을 느끼며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며 "이게 우리가 공연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소개했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천재 여성 천문학자 헬리에타 레빗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업적을 담아낸 작품으로 19세기 초 미국에서 투표권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이 자기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묵묵히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무대로 옮겨온 작품. 지난달 29일 상연을 시작해 오는 28일까지 선보여진다.
'연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나쁜엄마' 등을 통해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안은진이 천재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7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 '사일런트 스카이'를 택한 안은진은 삶과 일에 그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했던 헨리에타 레빗으로 변신해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무대를 빛냈다는 평이다.
안은진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대본을 받고 1년 동안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극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관객을 만나는 설렘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하루하루가 아깝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헨리에타 레빗은 천문학자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없었다면 허블의 법칙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천문학계에서 큰 업적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헨리에타 레빗이 살던 19세기 초는 여성이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육안으로 사진건판에 찍힌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일명 '하버드 컴퓨터'로 일을 할 수 있었다. 헨리에타 레빗은 끈질긴 연구 끝에 변광성의 성질을 이용해 먼 은하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광원법' 개발에 이바지하고, '세페이드 변광성의 광도와 주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레빗 법칙'을 발견했다.
안은진은 "그 시대의 여성이 겪는 상황도 있었지만, 저는 한 사람의 일대기로 이 작품을 읽었다"며 "함께 연대하는 사람들을 통해 힘을 얻는 이야기가 좋았고, 그 부분을 전달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녀노소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받는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많은 분이 찾아와주시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안은진은 또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다 우주 이야기, 하늘과 별의 이야기를 아는 게 더 중요했다"며 "공부를 하다보니 과학이 전해주는 위로가 좋았다. 과학적 사고로 전하는 위로가 큰 위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너무 떨렸다"며 "처음 리딩하기 전부터 떨려서 집으로 초대해 대본을 읽어달라고 하니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 처음 본다'고 하더라. 무대를 찐하게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무대에서는 표정과 말이 주는 힘 외에 몸이 주는 에너지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 감각을 다시 빨리 찾아올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제가 좋아하는 (전)미도 언니에게 전화를 하니 굉장히 좋은 솔루션을 줘서 일찍 가서 연습을 하니 되더라. 많이 물어보며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은진은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한 배경에 대해 "연출님과 제 학창 시절 꿈이었던 명동예술극장, 그리고 원캐스트라는 요소가 모여 이 작품을 선택했다"며 "이 캐릭터를 홀로 다 하고 싶었고, 이 팀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안은진은 "연출님은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시켜주셨다"고 말했고, 김 연출은 "데뷔하기 전에 신작 개발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 봤다"면서 "꽤 많은 작품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정환은 "원 캐스트라 다섯 배우들이 가족같이 끈끈해졌다"며 "저희가 다들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들인데, 그렇게 빗장을 풀고 가까워지는 시간들이 너무 재밌었다"고 말해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헨리에타 레빗의 동생이자 작곡가의 꿈을 품고 있는 마거릿 레빗 역을 맡은 홍사영은 "언니가 갖고 싶었는데, 언니가 생겼다"며 "마거릿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안)은진 언니를 떠올렸다. 언니랑 가깝고, 잘해주고 하니까 이 감정이 어떻게 역할에 닿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났다"고 호흡을 전했다.
김민정 연출은 작품의 윤색까지 맡았다. "윤색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을 더 풀어내서 표현했다"고 소개한 그는 "윤색자로서는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연출자로서는 이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 이 작품에 대해 "천문학 이야기기도 하지만 역사이기도 하고 놀랄 정도로 맥락이 여러 가지로 펼쳐져 있다"며 "20세기 초는 격변기였고, 그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과거를 통해 배우는 것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의 현재 또한 미래의 누군가에게 배움이 되길 바라고,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현재의 선택들이 격려와 지지, 위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진보가 나아온 역사의 흐름이라 생각한다"고 이 작품에 대해 말했다.
김민정 연출은 또 "이 세상의 발전은 더디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거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여성뿐 아니라 역사에 지워진 개개인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더 찾고 싶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9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정 연출은 "이 공연은 보는 사람 모두가 다른 길로 가더라도 위로받고, 격려해주고, 지지한다는 강한 유대감을 느끼며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며 "이게 우리가 공연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소개했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천재 여성 천문학자 헬리에타 레빗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업적을 담아낸 작품으로 19세기 초 미국에서 투표권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이 자기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묵묵히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무대로 옮겨온 작품. 지난달 29일 상연을 시작해 오는 28일까지 선보여진다.
'연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나쁜엄마' 등을 통해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안은진이 천재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7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 '사일런트 스카이'를 택한 안은진은 삶과 일에 그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했던 헨리에타 레빗으로 변신해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무대를 빛냈다는 평이다.
안은진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대본을 받고 1년 동안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극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관객을 만나는 설렘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하루하루가 아깝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헨리에타 레빗은 천문학자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없었다면 허블의 법칙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천문학계에서 큰 업적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헨리에타 레빗이 살던 19세기 초는 여성이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육안으로 사진건판에 찍힌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일명 '하버드 컴퓨터'로 일을 할 수 있었다. 헨리에타 레빗은 끈질긴 연구 끝에 변광성의 성질을 이용해 먼 은하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광원법' 개발에 이바지하고, '세페이드 변광성의 광도와 주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레빗 법칙'을 발견했다.
안은진은 "그 시대의 여성이 겪는 상황도 있었지만, 저는 한 사람의 일대기로 이 작품을 읽었다"며 "함께 연대하는 사람들을 통해 힘을 얻는 이야기가 좋았고, 그 부분을 전달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녀노소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받는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많은 분이 찾아와주시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안은진은 또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다 우주 이야기, 하늘과 별의 이야기를 아는 게 더 중요했다"며 "공부를 하다보니 과학이 전해주는 위로가 좋았다. 과학적 사고로 전하는 위로가 큰 위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너무 떨렸다"며 "처음 리딩하기 전부터 떨려서 집으로 초대해 대본을 읽어달라고 하니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 처음 본다'고 하더라. 무대를 찐하게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무대에서는 표정과 말이 주는 힘 외에 몸이 주는 에너지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 감각을 다시 빨리 찾아올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제가 좋아하는 (전)미도 언니에게 전화를 하니 굉장히 좋은 솔루션을 줘서 일찍 가서 연습을 하니 되더라. 많이 물어보며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은진은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한 배경에 대해 "연출님과 제 학창 시절 꿈이었던 명동예술극장, 그리고 원캐스트라는 요소가 모여 이 작품을 선택했다"며 "이 캐릭터를 홀로 다 하고 싶었고, 이 팀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안은진은 "연출님은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시켜주셨다"고 말했고, 김 연출은 "데뷔하기 전에 신작 개발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 봤다"면서 "꽤 많은 작품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정환은 "원 캐스트라 다섯 배우들이 가족같이 끈끈해졌다"며 "저희가 다들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들인데, 그렇게 빗장을 풀고 가까워지는 시간들이 너무 재밌었다"고 말해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헨리에타 레빗의 동생이자 작곡가의 꿈을 품고 있는 마거릿 레빗 역을 맡은 홍사영은 "언니가 갖고 싶었는데, 언니가 생겼다"며 "마거릿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안)은진 언니를 떠올렸다. 언니랑 가깝고, 잘해주고 하니까 이 감정이 어떻게 역할에 닿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났다"고 호흡을 전했다.
김민정 연출은 작품의 윤색까지 맡았다. "윤색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을 더 풀어내서 표현했다"고 소개한 그는 "윤색자로서는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연출자로서는 이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 이 작품에 대해 "천문학 이야기기도 하지만 역사이기도 하고 놀랄 정도로 맥락이 여러 가지로 펼쳐져 있다"며 "20세기 초는 격변기였고, 그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과거를 통해 배우는 것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의 현재 또한 미래의 누군가에게 배움이 되길 바라고,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현재의 선택들이 격려와 지지, 위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진보가 나아온 역사의 흐름이라 생각한다"고 이 작품에 대해 말했다.
김민정 연출은 또 "이 세상의 발전은 더디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거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여성뿐 아니라 역사에 지워진 개개인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더 찾고 싶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