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두워진 경제 진단...KDI "내수부진 속 수출 증가세 조정"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한국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층 어두워진 경제 전망을 내놨다.

내수 부진 속 트럼프 행정 출범으로 국제 통상환경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다.

KDI는 9일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으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높은 수준을 지속했고 관련 설비투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품 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KDI의 내수 둔화·부진 판단은 지난해 12월부터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상품 소비에서는 가전·통신기기·컴퓨터·화장품 등 다수 품목에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부진한 모습이다.

또 11월 국산 자동차 내수판매(속보치)가 6.4% 줄었음을 감안하면 승용차의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는 어렵다는 것이 KDI의 판단이다.

서비스 소비도 숙박·음식업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 투자 역시 건축부문의 누적된 수주감소로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내다봤다.

특히 KDI는 수출 부문의 하방 리스크를 우려했다.

KDI는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양호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간 높았던 증가세가 다소 조정되는 모습"이라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 악화는 수출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1월 KDI는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수출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비교하면 향후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4% 늘어나 전달(4.6%)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다.

물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수요측 물가 압력이 낮게 유지되면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이번 보고서에선 한국 경제의 최대 암초로 떠오른 '탄핵정국'에 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으로 정치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다음달에는 더 암울한 경기 진단을 내놓은 공산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