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야심작 '인조이' 출시 앞뒀지만…크래프톤 주가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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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이 개발조직, 자회사로 독립…재무 측면 긍정적
3분기 실적 '대박' 쳤지만, 주가는 와르르

엇갈리는 증권가 목표주가…신작 기대감 차이
배틀그라운드로 현금 7000억 쌓아, 의존도는 낮춰야
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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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대장주 크래프톤이 최근 14번째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인조이스튜디오'를 설립했습니다. 내부 개발조직을 자회사로 독립시킨 것이죠. 내년에 출시 예정인 신작 '인조이'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이 게임은 '한국판 심즈'로 불립니다. 소형 언어 모델(SLM)을 활용한 챗봇 기능과 3D 프린터 기술 등 크래프톤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죠. 시장에선 인조이스튜디오를 독립시킨 것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자회사에서 신작을 개발하는 만큼 적어도 크래프톤 별도 재무제표에서는 막대한 개발비가 잡히지 않아서죠. 설령 본사가 개발비를 지원하더라도 주주로서 자회사에 투자하거나 혹은 빌려주는 형태인 만큼 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단 의미죠.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크래프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06% 내린 3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021년 상장할 당시 공모가(49만8000원)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이 종목 주가는 지난달 8일부터 이날까지 14.2%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하락 폭이 코스피지수(7.95%)의 두 배 수준입니다. 크래프톤이 지난달 7일 "올 3분기에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7.6% 초과하는 324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죠.

달라도 너무 다른 크래프톤 목표주가

크래프톤에 대한 증권사 목표주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목표주가 최대치와 최저치 간 격차는 16만원에 달합니다. 내년 출시될 예정인 신작의 잠재력을 서로 다르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크래프톤 주가가 떨어지는 건 막대한 투자를 한 내년 출시 예정 신작이 얼마만큼 흥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톤은 내년에 인조이를 비롯해 '서브노티카2', '다크앤다커 모바일' 등 다수의 신작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2 개발을 위해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드엔터테인먼트를 약 5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등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이들 신작의 기대 효과를 반영해 이 종목 목표주가를 49만원으로 설정했죠.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출시 예정 게임들은 긴 기간 꾸준히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조이를 시작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게임이 본격적으로 나올 예정이라는 점도 크래프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이 종목 목표주가는 33만원으로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낮습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게임사들이 대부분 실적 악화로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크래프톤은 신작 라인업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켓PRO] 야심작 '인조이' 출시 앞뒀지만…크래프톤 주가 왜 이러나
게임주 투자자들은 신작 출시 일정에 맞춘 '모멘텀 플레이'로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죠. 하지만 지난 2~3년 새 대형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올 연말 기대작이었던 엔씨소프트의 '저니오브모나크'가 실망스러운 성과를 기록하자 이 회사의 주가는 이달 20% 급락했습니다.

크래프톤 주가도 고전하고 있으나 신작 개발 방식에 대해선 호평이 나옵니다. 크래프톤은 현재 최대주주 장병규 의장 지분이 14.89%에 불과해 외부 투자자를 직접 유치하기는 부담이 있습니다. 다만 인조이스튜디오 같은 신설 자회사는 크래프톤이 100% 지분을 보유하는 만큼 외부 투자자가 유입돼도 지분 희석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습니다.

배틀그라운드로 큰돈 벌었지만…의존도 해소해야

여전히 대표작 '배틀그라운드'가 크래프톤의 버팀목이자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7193억원, 영업이익 3244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4503억원) 대비 59.7%, 영업이익(1893억원)은 71.4% 증가했죠. 올해 누적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하며 작년 연간 매출(1조9106억원)을 초과했습니다. 신규 흥행작 없이 배틀그라운드로만 이뤄낸 성과죠.
[마켓PRO] 야심작 '인조이' 출시 앞뒀지만…크래프톤 주가 왜 이러나
수년간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하면서 회사에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현금 실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크래프톤의 현금성 자산 보유고는 공격적인 투자 기조 속에서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호실적은 곧 현금으로 이어집니다. 3분기 말 기준 크래프톤의 현금성 자산은 7400억원에 달합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후속작 찾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배틀그라운드가 크래프톤의 약점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한 게임주 담당 애널리스트는 "크래프톤이 최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배경도 배틀그라운드 때문"이라며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작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