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이 ‘여성 특화 보험사’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가 선보인 여성 특화 보험은 2030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꾸준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에선 “중형 손보사가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의 여성 특화 보험인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의 원수보험료는 지난 10월 기준 201억원을 기록했다. 이 상품의 원수보험료가 월간 2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품이 처음 출시됐던 지난해 7월 원수보험료(14억원)와 비교하면 14배 넘게 급증했다.

시그니처 여성 보험은 ‘보험업계의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 사용권을 누적 17차례나 받았다. 예컨대 지난달 말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출산지원금 특약’은 보장 개시일 이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출산시 각각 지원금을 지급한다.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임신·출산 보장 확대 기조와 여성 고객의 수요를 발빠르게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6위권 손보사인 한화손해보험은 여성 특화 보험사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게 펨테크연구소다. 펨테크연구소는 전문화된 여성 연구와 상품·서비스 개발을 위해 한화손해보험이 지난 6월 설립한 싱크탱크다.

한정선 한화손해보험 라이프플러스 펨테크연구소장(부사장)은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여성만 겪는 질환이 있지만 그동안 보험상품은 그런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금융권에서 여성을 타게팅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건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한정선 한화손해보험 라이프플러스 펨테크연구소장(부사장)이 9일 서울 여의도 한화손해보험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한화손해보험
한정선 한화손해보험 라이프플러스 펨테크연구소장(부사장)이 9일 서울 여의도 한화손해보험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한화손해보험
연구소는 여성이 겪는 신체·정신적 어려움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게 임신·출산과 유방암·자궁경부암 등의 여성 질환이다.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은 출산 후 1년 보험료 납입면제 등의 특약을 담으며 인기를 끌었다. 한 부사장은 “여성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건강관리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여성 보험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덧붙였다.

한화손해보험은 단순 보험상품을 넘어 문화·생활 전반에 걸쳐 ‘여성 친화 브랜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보험사가 싱글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를 열고, 여성 트랜드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한 부사장은 “보험상품이 처음 만들긴 어려워도 카피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반면 회사의 브랜드와 이미지는 따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펨테크연구소는 최근 2030 여성 트렌드를 분석하며 여성의 정신 건강에 주목했다. 연구소가 빅데이터 분석기업 바이브컴퍼니와 함께 2030 남녀 커뮤니티 내 번아웃 언급 비중을 분석한 결과 여성(75.2%)이 남성(24.8%)의 세 배에 달했다. 한 부사장은 “젊은 여성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겪는 빈도가 남성보다 월등히 높다”며 “섭식·수면·정신장애를 보장하는 특약을 개발해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에 탑재했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젊은 여성이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 싱글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달 6일에는 여성 대상 토크쇼 ‘장르가 된 여자들’을 주최했다. 회사는 내년 서울대와 함께 2030 여성 트랜드 리포트 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한 부사장은 “향후 여성 생애주기별 디테일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헬스케어 영역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중형 손보사인 한화손해보험의 차별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345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 9월 말 기준 15~49세 여성 고객 수는 지난해 7월 대비 10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