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면세점 … K패션으로 반등 노린다
고환율과 단체 관광객 감소 여파로 적자 수렁에 빠진 국내 면세점업계가 ‘K패션’으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면세점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며 면세점 매출이 꺾이자 K패션을 선호하는 개별 관광객과 해외 현지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시내 면세점인 서울 명동점에 K패션 브랜드를 대거 확충했다고 9일 발표했다. 마뗑킴, 드파운드 등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브랜드를 취급하는 디자이너 편집숍 하고하우스를 명동점 9층에 들였다. 남성복 브랜드 포스트아카이브팩션도 면세점 최초로 입점했다. 또 11층에는 아크메드라비, 리, 커버낫 등 K패션 스트리트 브랜드가 매장을 열었다.

'사면초가' 면세점 … K패션으로 반등 노린다
신세계면세점은 꾸준히 K패션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K패션 브랜드를 모아 놓은 복합패션매장을 선보였다. K패션뿐 아니라 K뷰티 라인업도 늘리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K뷰티 인디브랜드인 포트레, 토코보 등을 입점시킨 게 대표적이다.

국내뿐 아니라 면세점 해외 매장에서도 K패션 브랜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도쿄의 롯데면세점 긴자점은 지난 10월 무신사의 일본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방문객이 두 배 이상 늘었다. 2016년 일본 도쿄 최초로 시내면세점 특허를 취득해 문을 연 긴자점은 중국인 단체관광이 위축되면서 부진을 겪어왔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매장 일부를 일본 현지 고객도 쇼핑할 수 있는 사후면세점(Tax Free)으로 전환해 이 공간에 무신사 매장을 들였다. K패션에 대한 일본 현지의 수요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무신사 매장이 문을 연 후 긴자점의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주 고객은 25~35세 일본인 여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스탠드오일, 글로니 등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인기 있는 K패션 브랜드 상품을 구매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상품을 구입한 고객의 86%는 일본 현지인”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이 앞다퉈 K패션 브랜드 유치에 나선 건 성장성 때문이다. 면세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해외 소비자 수요가 꾸준한 K패션·뷰티를 앞세워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면세업계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주요 4개사가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명품·해외패션 매출이 빠지고 있지만 K패션 성장률은 올해 들어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K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려는 업계 경쟁은 당분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