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소리 들었던 어린시절보다…지금이 연주하는 게 더 즐거워"
“이젠 대단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보다 내가 만족할 만한 연주를 해내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데뷔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연주가 끝나자마자 음악적으로 완벽했고, 그래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사실 많지 않거든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44·한국명 장영주·왼쪽)은 9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준비가 잘 돼 있는데 지휘자, 오케스트라, 반주자와의 호흡도 굉장히 잘 맞고 더 나아가 관객과 함께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엄청난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며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은 그 순간이 존재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연주라고 느낀다”고 했다.

사라 장은 1990년 9세 나이로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음악 신동’으로 주목받은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다. 1991년 명문 음반사 EMI와 계약을 맺고 제작한 데뷔 음반을 이듬해 발표해 역사상 최연소 음반 녹음 기록을 세웠고, 1992년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상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최연소로 수상했다.

사라 장은 이달 10~29일 서울, 인천, 대구, 부산, 광주 등 13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그가 한국에서 전국 순회공연을 여는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사라 장은 이번 무대에서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오른쪽)와 함께 브람스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 등을 들려준다.

그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주선율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평소 브람스를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로 선택하곤 하는데, 그처럼 연주자에게 마음속 감정을 전부 쏟아낼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작곡가는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년 데뷔 35주년을 맞는 그는 “이젠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라 장은 “어릴 땐 어떤 공연이든 엄마, 아빠, 매니저, 튜터와 늘 동행해야 했고 빡빡한 연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굉장히 바쁘게 돌아다녔다”며 “요즘은 같이 연주하고 싶은 오케스트라나 파트너, 프로그램, 레퍼토리를 직접 생각하면서 공연을 준비할 수 있기에 연주를 더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사라 장은 이번 공연에서 1717년산 과르니에리 델 제수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그는 이 악기에 네 개의 활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다채로운 음색을 끌어낼 예정이다. “아이작 스턴이 소유했던 이 바이올린은 그가 직접 내게 추천해준 특별한 악기예요. 조그만 제 손에 꼭 맞춘 듯 모든 부분이 보통의 바이올린보다 얇거나 작죠. 작품마다 다른 활을 사용해 모든 음악의 특징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할 겁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