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초래한 무정부적 정치 상황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안이 야당 의원 주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한 상황에서 자칫 경제에 큰 주름살을 드리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스럽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최근 임대차계약 청구권을 무제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발의에 참여했다. 현행법은 임차인이 한 번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런 제한을 없애는 게 골자다. 임대인에게 사실상 소유권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으로, 재산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황당한 내용은 이뿐만 아니다. 지역별로 적정 임대료를 고시하는 것과 더불어 대출금이 있으면 대출금과 임차 보증금 등을 합해 집값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임대료 통제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집값이 10억원인데 대출(선순위 담보) 5억원이 끼어 있다면 보증금은 2억원 내로 제한된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도를 넘어선 반시장적 발상이다. 임대료를 이런 식으로 통제하면 주택시장의 공급을 막아 오히려 서민 주거 불안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주택시장 관계자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철회됐다. 그러나 국가 위기를 틈타 극단적 포퓰리즘 법안을 발의하는 무책임한 입법 폭주는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계열사 간 합병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도 3%로 제한하고, 3% 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수도 종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 역시 최대 주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 탄핵이나 구속 시 총리의 권한 대행 범위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경제계는 이런 혼란 상황에서 그동안 거부권이 행사된 반시장적 포퓰리즘 법안이 무더기로 통과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