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열리자 1430원 직행…정치에 녹다운 된 '원화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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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패닉…"정치 불안이 원화 블랙홀 됐다"
당국 개입에 1420원대 유지하다
2시간 후 1438원까지 치솟아
개인, 국내주식 팔아 美株 매수
환전 수요도 환율상승 부추겨
"원달러 1500원까지 각오해야"
17일 美 FOMC서 금리 인하 땐
하락 여지 있지만 폭 크지 않을 듯
리스크 해소만이 환율 방향 바꿔
당국 개입에 1420원대 유지하다
2시간 후 1438원까지 치솟아
개인, 국내주식 팔아 美株 매수
환전 수요도 환율상승 부추겨
"원달러 1500원까지 각오해야"
17일 美 FOMC서 금리 인하 땐
하락 여지 있지만 폭 크지 않을 듯
리스크 해소만이 환율 방향 바꿔
탄핵 정국 장기화로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9일 원·달러 환율이 1437원까지 급등(원화가치 급락)했다.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시장 안정 의지를 밝히고 일부 실개입에도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전 9시 시장이 열리자마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환율은 6원80전 오른 1426원으로 시작해 6분 후 1430원까지 급등했다. 주간 거래에서 1430원대 거래가 나온 것은 2022년 10월 26일 후 처음이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이 이 무렵 미세 조정 등으로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은 다시 1420원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약발’은 두 시간이 채 가지 않았다.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장이 열리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반영된 영향으로 파악됐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40분께부터 속절없이 올랐다. 오전 11시41분에는 장중 최고가인 1438원20전까지 치솟았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정치 공방이 장기화했을 때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며 “매주 탄핵 투표를 하게 되면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미국 등 해외 증시로 이동하는 현상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위안·달러 환율은 0.03% 절하된 달러당 7.187위안으로 고시됐다.
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는 이 같은 환율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1437원까지 오른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현 상황에서의 환율 고점을 1480원으로 제시했다.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고, 여당 중심 내각이 구성되는 시나리오에서다. 그는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달러당 1400원대 중반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이 조기에 가결되면 환율이 1350~1450원 사이에서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차 계엄이 선포되는 극단적 시나리오에선 1550원을 환율 고점으로 제시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정치 불안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완화적인 태도를 보여 달러가 약해지더라도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는 이 같은 상승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고점을 달러당 1450원으로 전망하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가 충분하다”고 짚었다. 그는 “정치 불안은 단기적인 불확실성”이라며 “중장기 환율의 방향성을 바꿀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계엄 사태 직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유사시 외화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날 F4 회의에선 외환 수급 개선을 위한 구조적 개혁 방안도 이달 발표하기로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개장 6분 만에 1430원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는 장 출발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외환당국 수장들이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가용한 모든 시장 안정 조치가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지난 7일 탄핵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이후 확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오전 9시 시장이 열리자마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환율은 6원80전 오른 1426원으로 시작해 6분 후 1430원까지 급등했다. 주간 거래에서 1430원대 거래가 나온 것은 2022년 10월 26일 후 처음이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이 이 무렵 미세 조정 등으로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은 다시 1420원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약발’은 두 시간이 채 가지 않았다.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장이 열리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반영된 영향으로 파악됐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40분께부터 속절없이 올랐다. 오전 11시41분에는 장중 최고가인 1438원20전까지 치솟았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정치 공방이 장기화했을 때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며 “매주 탄핵 투표를 하게 되면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미국 등 해외 증시로 이동하는 현상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위안·달러 환율은 0.03% 절하된 달러당 7.187위안으로 고시됐다.
○불확실성 장기화…“1480원 갈 것”
비상계엄 선포 이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390~1400원 선에서 움직였다. 1400원을 넘어서면 당국이 우려를 밝히고, 1390원대로 다시 내려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3일 밤 계엄 선포 이후 평균적인 환율 수준 자체가 크게 뛰었다. 지난 4~6일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14원80전으로 직전 3거래일 평균(1399원60전)에 비해 15원20전 올랐다.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는 이 같은 환율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1437원까지 오른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현 상황에서의 환율 고점을 1480원으로 제시했다.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고, 여당 중심 내각이 구성되는 시나리오에서다. 그는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달러당 1400원대 중반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이 조기에 가결되면 환율이 1350~1450원 사이에서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차 계엄이 선포되는 극단적 시나리오에선 1550원을 환율 고점으로 제시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정치 불안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완화적인 태도를 보여 달러가 약해지더라도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는 이 같은 상승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고점을 달러당 1450원으로 전망하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가 충분하다”고 짚었다. 그는 “정치 불안은 단기적인 불확실성”이라며 “중장기 환율의 방향성을 바꿀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계엄 사태 직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유사시 외화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날 F4 회의에선 외환 수급 개선을 위한 구조적 개혁 방안도 이달 발표하기로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