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육군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이 9일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김현태 육군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이 9일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 단장(대령)은 출동한 부대원들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김 단장은 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단장은 “707 부대원들은 김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며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707특임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약 9분 뒤인 지난 3일 밤 10시31분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의 출동 지시를 받았다. 당초 계엄 상황에 출동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김 단장은 “나와 부대원 모두 계엄법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출동 지시를 거부한다는 판단을 내릴 경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은 △국회의사당으로 출동 △건물 봉쇄 △무기 사용 금지 등의 명령을 내렸고, 김 단장은 ‘(국회) 건물 출입문만 잠그자’는 생각으로 국회로 출동했다. 김 단장은 국회 일대 지도를 확인한 뒤 건물 차단 구역을 각 부대원에게 부여하고, 같은 날 밤 11시22분께 헬기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이후 11시49분께 김 단장이 탑승한 1번 헬기가 국회 운동장에 도착했다. 이후 군 병력의 국회 진입 시도에 거친 몸싸움이 일어났다.

곽 사령관은 4일 0시30분께 김 전 장관이 내린 “국회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는 지시를 김 단장에게 하달했다. 150명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는 최소 숫자다.

한편 계엄 사태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받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방첩사가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의) 부대 출동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고, 국회나 선거관리위원회 근처까지 가다가 복귀했다”며 “이는 방첩사가 계엄령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내란죄 혐의로 고발된 여 전 사령관에게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