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노키아 쇼크’는 없다. 노보노디스크는 노키아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재단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일 핀란드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노키아처럼 덴마크 경제가 ‘노보노디스크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던 2000년대 초반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노키아는 몰락했고 핀란드 경제 성장세도 함께 꺾였다. 일각에선 노보노디스크를 보며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해 핀란드 경제를 이끌다가 몰락한 노키아 쇼크를 떠올린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과거 노키아는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며 “노보노디스크의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기술은 그보다 정교하다”고 했다. 그는 “GLP-1은 인류 건강에 큰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지금 인류가 보고 있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노보노디스크 기업 가치는 9일 기준 538조원이다. 지난해 덴마크 GDP인 580조원에 육박했다. 2021년 6월 미국에서 GLP-1 계열 비만 신약 ‘위고비’를 출시한 뒤 이 회사는 유럽 1위 기업이 됐다. 이후에도 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올해 중순엔 한동안 노보노디스크 기업가치가 덴마크 GDP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노보노디스크가 덴마크 정부에 낸 법인세는 3조원을 넘었다. 세계 80여 개국에서 근무하는 이 회사 직원 6만5000명 중 덴마크 근무 인력은 3만여 명에 이른다. 덴마크 인구(598만 명)의 0.5%에 해당하는 인력을 기업 한 곳에서 고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보노디스크재단 측은 독보적 GLP-1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고품질 약물 생산을 위해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데다 복제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덴마크 정부의 대응 역량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노보노디스크의 후속 약물 개발이 순항하는 것도 자신감의 배경이 되고 있다. GLP-1과 췌장호르몬인 아밀린 유사체를 결합한 ‘카그리세마’는 20주간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17.1%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록했다. 해당 임상시험에서 위고비 감량 효과는 9.8%였다. 먹는 GLP-1·아밀린 작용 비만약 ‘아미크레틴’도 기대주다.

일라이릴리가 GLP-1 계열 당뇨·비만약 마운자로·젭바운드를 선보이며 경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환자 치료에 보탬이 될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안나 칼리 노보노디스크 글로벌의학부 상무는 “위고비는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처음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코펜하겐=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