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신탁방식으로 집안싸움 예방해볼까[일확연금 노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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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사망후 분쟁 가능성
저당권방식은 자녀와 갈등 우려
저당권방식은 자녀와 갈등 우려
주택연금 가입을 고민하는 어르신들 많으시죠. 주택연금은 개인이 소유한 집을 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계속 거주하기만 하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현금을 매달 죽을 때까지 받는 사회보장 제도입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수령하는 돈은 일종의 대출이지만, 가입자가 살아생전에 갚을 필요가 없는 대출입니다.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을 처분해 대출금에 이자까지 정산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을 처분한 금액이 그동안 가입자에게 지급한 주택연금 총액보다 많으면 그 차액을 상속자에게 대신 물려주기도 합니다. 처분한 금액이 주택연금 총액보다 적다면 그 손실은 오롯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부담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을 처분하도록 하는 대신 상속권이 있는 가족이 만약 집을 물려받고 싶다면 그동안 가입자가 생전에 받은 연금(대출)에 이자를 붙여 되갚으면 됩니다. 사후에 어떠한 방식으로 집이 처분되든 가입자 입장에선 세상을 떠난 이후의 일인 만큼 금전적 부담을 짊어질 일은 없죠.
하지만 문제는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에 꽤나 복잡한 집안싸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집안싸움이 격화될 수도 있고, 미리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사망 이후 집안싸움이 발생하는 이유는 '배우자 승계' 때문입니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가 살아있다면 배우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이라곤 연금밖에 없는 고령층이 배우자 사망을 이유로 갑자기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일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죠. 물론 주택연금을 승계할 수 있는 배우자는 주택연금 가입 시점부터 계속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뿐입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사망한 가입자의 주택연금을 이어받는 과정에 거쳐야 하는 중요한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자녀로부터 동의를 받는 일입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그대로 이어받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갖고 있던 주택의 소유권이 100% 배우자로 넘어가야 하는데,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도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에 자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계속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부모와 자식 사이의 볼썽사나운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 보이죠. 물론 다달이 지급되는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자의 배우자만 승계할 수 있습니다. 자식들은 주택연금을 이어받지 못하지만, 그동안 가입자가 죽기 전까지 받아온 주택연금 월수령액에 이자까지 합친 금액을 모두 합쳐 되갚으면 주택 소유권을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부모가 살아온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사망한 주택연금 가입자의 배우자와 자식 간의 이견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집안싸움을 막기 위한 방법은 바로 '신탁방식'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에 따라 '저당권방식'과 '신탁방식'등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가입자나 배우자가 매달 받는 주택연금 수령액은 둘 중 어느 방식을 택하든 동일합니다.
저당권방식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앞서 살펴봤듯 가입자 사망 이후 배우자와 자녀 사이의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다분한 방식입니다.
반면 신탁방식은 가입자가 주택금융공사에 주택을 신탁(소유권 이전)해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등기상 주택 소유자는 주택금융공사가 됩니다. 소유권이 주택금융공사로 넘어가지만 가입자는 신탁계약에 따라 연금수급권과 해당 주택을 거주·사용·수익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사후수익자'로 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지정되는데, 이에 따라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 가입자의 권리가 배우자에게 자동 승계됩니다. 배우자가 마음 편하게 자녀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주택연금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배우자의 연금승계 편의성처럼 신탁방식은 저당권방식과 비교해 여러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당권방식의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집주인(가입자)은 주택의 남는 공간에 반전세나 전세 세입자를 받을 수 없습니다. 보증금이 없는 월세만 받을 수 있죠. 반면 신탁방식의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가입자가 집의 남는 공간에 월세뿐만 아니라 반전세와 전세 세입자를 들여 임대차 소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택연금 가입자 중에 신탁방식을 선택하는 비중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주택연금에 새로 가입한 1만818명 중 신탁방식을 택한 가입자는 4119명으로 38.1%에 불과했습니다. 2022년(46.9%)까지만 해도 전체 가입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았지만, 지난해 43%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추가 하락했죠. 신탁방식 주택연금에도 단점이 있으니 가입자 비중이 줄었겠죠. 신탁방식 주택연금으로 가입한 주택에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경우 가입자는 재건축조합 등으로부터 이주비대출과 조합원분담금대출 등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집주인은 가입자지만, 신탁방식에 가입하면 대외적 소유권은 주택금융공사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배우자 승계 의지가 있다면 신탁방식 주택연금이 분명 유리하지만, 배우자 승계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주택연금의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세금 문제입니다.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승계받기 위해선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상속세 과세 기준은 상속 시점의 집값인 반면 승계받는 주택연금 월수령액은 주택연금 가입 시점에 정해진 금액입니다. 주택연금 최초 가입 이후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면 주택연금 승계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죠. 다만 가입자가 살아생전에 받은 주택연금 수령액은 채무로 간주돼 상속재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큰 액수의 상속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도 알아둬야 합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수령하는 돈은 일종의 대출이지만, 가입자가 살아생전에 갚을 필요가 없는 대출입니다.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을 처분해 대출금에 이자까지 정산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을 처분한 금액이 그동안 가입자에게 지급한 주택연금 총액보다 많으면 그 차액을 상속자에게 대신 물려주기도 합니다. 처분한 금액이 주택연금 총액보다 적다면 그 손실은 오롯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부담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을 처분하도록 하는 대신 상속권이 있는 가족이 만약 집을 물려받고 싶다면 그동안 가입자가 생전에 받은 연금(대출)에 이자를 붙여 되갚으면 됩니다. 사후에 어떠한 방식으로 집이 처분되든 가입자 입장에선 세상을 떠난 이후의 일인 만큼 금전적 부담을 짊어질 일은 없죠.
하지만 문제는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에 꽤나 복잡한 집안싸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집안싸움이 격화될 수도 있고, 미리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사망 이후 집안싸움이 발생하는 이유는 '배우자 승계' 때문입니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가 살아있다면 배우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이라곤 연금밖에 없는 고령층이 배우자 사망을 이유로 갑자기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일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죠. 물론 주택연금을 승계할 수 있는 배우자는 주택연금 가입 시점부터 계속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뿐입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사망한 가입자의 주택연금을 이어받는 과정에 거쳐야 하는 중요한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자녀로부터 동의를 받는 일입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그대로 이어받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갖고 있던 주택의 소유권이 100% 배우자로 넘어가야 하는데,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도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에 자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계속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부모와 자식 사이의 볼썽사나운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 보이죠. 물론 다달이 지급되는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자의 배우자만 승계할 수 있습니다. 자식들은 주택연금을 이어받지 못하지만, 그동안 가입자가 죽기 전까지 받아온 주택연금 월수령액에 이자까지 합친 금액을 모두 합쳐 되갚으면 주택 소유권을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부모가 살아온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사망한 주택연금 가입자의 배우자와 자식 간의 이견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집안싸움을 막기 위한 방법은 바로 '신탁방식'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에 따라 '저당권방식'과 '신탁방식'등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가입자나 배우자가 매달 받는 주택연금 수령액은 둘 중 어느 방식을 택하든 동일합니다.
저당권방식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앞서 살펴봤듯 가입자 사망 이후 배우자와 자녀 사이의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다분한 방식입니다.
반면 신탁방식은 가입자가 주택금융공사에 주택을 신탁(소유권 이전)해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등기상 주택 소유자는 주택금융공사가 됩니다. 소유권이 주택금융공사로 넘어가지만 가입자는 신탁계약에 따라 연금수급권과 해당 주택을 거주·사용·수익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사후수익자'로 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지정되는데, 이에 따라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 가입자의 권리가 배우자에게 자동 승계됩니다. 배우자가 마음 편하게 자녀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주택연금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배우자의 연금승계 편의성처럼 신탁방식은 저당권방식과 비교해 여러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당권방식의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집주인(가입자)은 주택의 남는 공간에 반전세나 전세 세입자를 받을 수 없습니다. 보증금이 없는 월세만 받을 수 있죠. 반면 신탁방식의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가입자가 집의 남는 공간에 월세뿐만 아니라 반전세와 전세 세입자를 들여 임대차 소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택연금 가입자 중에 신탁방식을 선택하는 비중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주택연금에 새로 가입한 1만818명 중 신탁방식을 택한 가입자는 4119명으로 38.1%에 불과했습니다. 2022년(46.9%)까지만 해도 전체 가입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았지만, 지난해 43%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추가 하락했죠. 신탁방식 주택연금에도 단점이 있으니 가입자 비중이 줄었겠죠. 신탁방식 주택연금으로 가입한 주택에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경우 가입자는 재건축조합 등으로부터 이주비대출과 조합원분담금대출 등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집주인은 가입자지만, 신탁방식에 가입하면 대외적 소유권은 주택금융공사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배우자 승계 의지가 있다면 신탁방식 주택연금이 분명 유리하지만, 배우자 승계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주택연금의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세금 문제입니다.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승계받기 위해선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상속세 과세 기준은 상속 시점의 집값인 반면 승계받는 주택연금 월수령액은 주택연금 가입 시점에 정해진 금액입니다. 주택연금 최초 가입 이후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면 주택연금 승계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죠. 다만 가입자가 살아생전에 받은 주택연금 수령액은 채무로 간주돼 상속재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큰 액수의 상속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도 알아둬야 합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