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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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증시에서 지난 8월5일 '블랙 먼데이'급 급락장이 재현됐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52주 연저점을 경신하며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매(패닉셀링)가 주된 배경이었다. 증권가는 "개인 투매로 심리가 극단으로 나빠진 지금 상황은 '바닥' 신호"라며 지금부터 모아갈 것을 권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9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개인들 주도의 순매도세로 2.78%, 5.19% 급락했다. 개인은 코스피 8898억원, 코스닥 3015억원 등 양대 시장에서 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약 1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 가운데 연기금이 사들인 금액만 8423억원이다. 연기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를 위주로 순매수해 이들 주가와 코스피 지수의 하방 선을 지지했다.

외국인도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는 계엄령 불안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가량 순매도했지만 지난 9일에는 1000억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다만 기간을 늘려보면 외국인은 지난 9월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전쟁 우려로 이미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의 코스피지수 지분율은 31%로 지난 7월 고점(35%)을 찍고 현재는 연초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초유의 탄핵 정국이 개인 투매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야당은 오는 11일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해 다음 날 본회의에 보고하고 14일 재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다만 또다시 여당이 탄핵 표결에 불참할 경우 정치 불확실성은 연장전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개인들의 관심은 증시의 방향성이다. 내년 기업이익 추청치 하향과 정치적 리스크(위험) 등 겹악재로 연일 증시가 급락세이지만 하락의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주가 하락장에서의 경험칙을 고려하면 개인들의 투매 양상이 하락장의 끝에 근접했다는 신호라고 봤다.

업종별로 배당주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엄 등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는 줄었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시가배당률이 높아지면서 배당주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 연말 배당 여력이 있는 통신 업종도 추천했다.

국내 한 헤지펀드 대표는 "어제(9일)가 공포심리의 극단값이었던 것 같다. 작은 호재에도 화들짝 놀랄 만큼 이미 많이 빠진 상태로 '바닥'에 왔다고 판단한다"며 "정치적으로도 어떤 결론이든 나오게끔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통과 재료와 맞물려서 반등세가 나올 구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는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만큼 이날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한 증권사 시황 전담 연구원은 "12월에는 기관의 연말 프로그램 매수분이 있어 다행스럽긴 하지만 갖은 악재로 워낙 거래량이 줄어든 상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이 바닥이라고 자신하긴 어렵지만, 바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조금씩 저점 매수해 나가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