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코스피 지수는 2.78% 급락한 2360.58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5.19% 떨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코스피 지수는 2.78% 급락한 2360.58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5.19% 떨어졌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금융주들이 동반 폭락했다. 탄핵 정국에 따라 정책 공백이 이어지면서 현 정부 주요 과제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외 증권사와 투자은행(IB)들도 잇따라 리포트를 내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 리스크에 밸류업 동력 우려

'탄핵 정국' 여파…밸류업 대표 종목인 금융주 동반 폭락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령 선포 다음날인 4일부터 6일까지 밸류업 대표 종목인 KB금융은 15.7% 하락했다. 4일 5.73% 내림세를 보인 뒤 5일엔 낙폭을 더 키우면서 10.06% 급락했다. 6일엔 0.58% 떨어졌다. 신한지주 또한 4일 6.56%, 5일 5.5% 떨어졌다. 6일엔 3% 반등에 성공했지만 계엄 사태 이전의 상승세가 꺾였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4~6일 각각 7.9%, 5.9% 하락하면서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보험주도 주가가 하락했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올랐던 삼성화재는 4~6일 13% 급락했고 현대해상은 4.9% 떨어졌다. 주가가 장기 우상향 중인 메리츠금융지주 또한 4.9% 주가가 내렸다. 금융주와 함께 밸류업을 주도했던 현대차와 기아도 이 기간 주가가 각각 5.1%, 3.3% 빠졌다.

시장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주 급락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갑작기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밸류업 기대가 단시간에 무너지고 있게 됐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금융주를 팔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KB금융(1위), 신한지주(3위), 하나금융지주(8위) 등이 위치했다. 현대차(4위)와 기아(5위)도 상위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그 어떤 경제 상황과 규제 환경에서도 기존 예상대로 환원책이 이행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주체는 없다”며 “연중에 발표된 주주환원 정책을 원안대로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는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외국 증권사들도 우려 섞인 논평

외국계 IB와 신용평가사들도 국내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우려 섞인 논평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 IB 나티시스의 트린 응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매우 형편없는 결정”이라며 “한국 경제가 나쁜 시기에 계엄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발표된 10월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내수 부진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으로 내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적인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탄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의 조나단 가너 아시아·신흥국 최고주식전략가는 한국 주식에 대해 비중축소(underweight) 입장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주식은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으며 한국은 우리가 커버하는 지역 중 무역 노출도가 가장 큰 곳 중 하나”라며 “한국 증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사이클이 하방으로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고 자동차 섹터는 세계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한국 성장률이 내년에 2%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왔다”고 덧붙였다. 도이체방크는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 모닝스타 DBRS는 투자 노트를 내고 “계엄 사태에 따른 전체적인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며 “(경제)당국의 신속한 대응은 한국 기관들이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줘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