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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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은행·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금융사)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위험도별 적립금 비중과 수익률을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또 위험도에만 초점이 맞춰진 디폴트옵션의 상품명도 투자성향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디폴트옵션 수익률을 제고하고 가입자들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공시 사항을 추가 적용할 계획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의 투자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대상이다. 가입자들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투자해놓고 방치한 탓에 수익률이 저조하자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디폴트옵션 도입에도 가입자 90%가 여전히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폴트옵션이 본래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금융사의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에서 위험도별로 차지하는 비중과 수익률을 함께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디폴트옵션은 고위험·중위험·저위험·초저위험 등으로 구분돼 공시되고 있지만, 어느 위험도에 치우쳐 있는지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A금융사는 적립금 대부분이 초저위험에 편중돼 있고, B금융사는 다양한 위험도에 적절하게 분산돼 있어도 이를 비교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에 금융사의 전체 적립금이 위험도별로 차지하는 비중과 해당 위험도의 수익률을 함께 공개해 가입자들의 투자 판단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사들이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노력하게끔 공시 개편을 통해 유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디폴트옵션 상품명도 변경될 전망이다. 현재 디폴트옵션 상품명은 주로 위험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래에셋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타깃데이트펀드(TDF)1'이나 '우리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 등 위험도에 무게가 실린 탓에 투자자들이 합리적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금융사들은 내년부터 투자성향이 반영된 상품명으로 고용부의 승인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면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의 투자성향이 상품명에 반영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펀드의 투자 위험 등급을 구분하는 것과 유사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위험도별 적립금 비중과 수익률을 병행해 공개하려 한다"며 "디폴트옵션 상품 이름도 현재 위험도만 강조되고 있어 (원금 손실을 두려워한)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투자를 하지 못 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위험도와 수익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차별을 두려 한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