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사진=KBS
박장범 KBS 사장/사진=KBS
박장범 신임 KBS(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취임했다.

박장범 사장은 10일 KBS 사내 게시판에 게재한 취임사 영상을 통해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 질서와 헌법 가치가 위협받는 국정 혼란 상황에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KBS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고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공영방송이라는 네 글자에 담긴 신뢰와 공정, 품격, 정치적 독립을 지켜내겠다"며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정 혼란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보도와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정파적·편향적인 인사, 보복성 인사나 징계, 편 가르기와 줄서기 문화는 이제 KBS에서 사라져야 한다"며 앞으로 능력 중심의 인사를 통해 일 중심 조직을 만들고 더 나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 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박장범 사장의 취임식은 내부 구성원의 반발에 취소됐다.

이날 0시부터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 사장 취임식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곳곳을 점거했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현재 KBS는 아침 뉴스를 시작으로 뉴스와 방송들이 결방 또는 축소되고 있다"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결방과 축소는 국민분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단 면에서 KBS본부는 국민들께 죄송하다. 단 이번 파업은 공정방송 장치를 모두 해체한 내란수괴 윤석열의 하수인들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며 박장범 사장 사퇴 촉구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KBS 같이노조도 전날 "박장범 임명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KBS에 최선이었다"며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어떻게 생각하나.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통치행위인가, 헌정 유린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장범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KBS 기자로 입사해 런던 특파원, 사회2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뉴스9' 앵커를 맡았고,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과 대담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것으로 알려진 명품 가방을 '파우치'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