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왼쪽), 이충재 국립암센터 박사. GIST 제공
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왼쪽), 이충재 국립암센터 박사. GIST 제공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콜라겐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암 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Dysadherin)이 콜라겐 분해 및 재배치로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하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디스에드헤린은 암에서만 발현하는 단백질로, 침윤성과 전이성이 강한 암일수록 발현 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미국 국립 인간유전체연구소(NHGRI)의 질병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서 암 전이 단백질로 분류된다.

암의 악성화 및 전이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남정석 G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2022년 수행한 선행 연구에서 디스에드헤린이 세포신호변환을 통해 암의 악성화 및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억제하는 펩타이드 항암제를 발굴한 바 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대장암 환자의 단일세포 공개데이터 분석 및 임상 조직 분석을 통해 디스에드헤린이 종양 미세환경 내 세포외기질의 대표적 구성 성분인 콜라겐의 리모델링(구조적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또 암의 악성도가 높을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욱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디스에드헤린의 암 악성화 기전 규명. GIST 제공
디스에드헤린의 암 악성화 기전 규명. GIST 제공
나아가 연구팀은 인간의 세포 또는 조직을 쥐에 이식해 인간과 동일한 면역 시스템을 갖게 한 '인간화 마우스'를 만든 뒤 디스에드헤린 신호전달 매개의 콜라겐 리모델링이 면역억제 및 혈관신생을 촉진해 암세포 친화적 종양 미세환경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 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에 의한 종양 미세환경 변화를 통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하는 신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종양 악성화 및 전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가 지도하고 이충재 박사(국립암센터 박사후 연구원)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IRC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GIST GRI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30일 게재됐다.

광주=임동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