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미국산 쇠고기값 더 오른다" [원자재 포커스]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한 후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록적인 가뭄으로 미국의 소 사육 두수가 6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당분간은 농장의 규모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사료비와 인건비 등을 충당하기 어려워진 탓에 소 공급이 감소하고, 이 때문에 고기 가공업체 등이 도산하고 소고기값은 상승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붉은 고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미국 축산업을 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와 이민 제도 개혁 때문에 공급이 더욱 제한될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축산업이 정점을 이룬 1975년 소 사육 두수는 4570만 마리였으나 현재 2820만 마리로 급감했다. 뉴멕시코주 블룸필드에서 약 250마리의 소를 사육하는 캐시 카루스 씨(47)는 블룸버그통신에 "10년간 소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젠 번식을 위해 남겨둘 여력도 없어 송아지까지 모두 팔고 있다"고 전했다.
추수감사절을 앞둔 지난달 26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정육점 / 사진=Reuters
추수감사절을 앞둔 지난달 26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정육점 / 사진=Reuters
현재 미국 목장의 송아지 수와 암소의 수를 고려하면 향후 2~4년간 축산업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호주·남미산 소고기 등과 경쟁에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부채가 쌓이고, 높은 이자율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데럴 필 농업경제학 교수는 "그(트럼프) 가 말하는 모든 것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축산업의 어려움은 육류 가공업과 식품회사에도 악재다. 도니 킹 타이슨 푸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2일 컨퍼런스콜에서 소고기에 대해 "지난 2년 동안 가축 부족으로 인해 타이슨의 쇠고기 사업에서 수십억 달러의 영업 이익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불법 이민자 단속도 식품 가공업체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미국의 육류 가공 공장은 상당부분 이민자들로 채워져 있다. 바클레이즈는 "이민자 유입이 감소하면 타이슨푸드와 JBS와 같은 기업의 인건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기간 망명 신청자 및 임시 취업 허가를 받은 기타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노동력 부족이 완화됐지만, 이들이 추방될 경우 일손 부족이 심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가금류, 가축 가공 공장을 단속해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