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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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부인 B씨와 결혼해 딸 둘(C·D양)을 낳고 살다가 내연녀 X씨와 바람이 났습니다. A씨는 X씨와 동거를 하다 암으로 사망했는데, 사망 전에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유언장 내용은 A씨가 다니던 직장(K공사)에서 직원이 사망하면 나오는 상조금을 본인 누나인 Y씨에게 주기로 하면서 대신 내연녀 X씨를 보살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A씨가 사망하자 B씨는 K공사에 약 3억원 상당의 상조금 지급을 요구했는데, K공사에서는 A씨의 유언장을 근거로 상조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B씨와 딸들은 K공사를 상대로 상조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씨와 딸들은 K공사로부터 상조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자료=법무법인 트리니티
자료=법무법인 트리니티
이 사건은 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7다254655 판결의 실제 내용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유족들이 패소했습니다. A씨가 작성한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했던 것이지요. 그러자 유족들이 저를 찾아와 제가 대법원 상고심을 맡았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상조금이 유족의 고유재산인지 아니면 상속재산인지 그리고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상조금의 수령권자를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상조금을 유족의 고유재산이라고 보면 피상속인이 상조금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유언으로 수급권자를 변경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 이를 상속재산으로 보면 그것은 피상속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언으로 수급권자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지요.

필자는 ‘경조사를 서로 돕는다’는 상조금의 사전적 의미나, 이를 위해 상조금을 전달한 회원들의 의사를 고려할 때, 상조금은 유족에게 전하는 일종의 조의금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상조금은 상속재산이 아닌 유족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하므로 유언으로 처분할 수 없고 유족인 1순위 상속인들이 지급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변론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1심과 2심을 뒤집고 유족들에게 승소 판결을 안겨줬습니다.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상조금은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유족의 생활 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유족에게 지급되는 사망위로금의 성격을 갖는다. (생략) 상조금의 수급권자는 법정상속인이고 상조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해당한다. 따라서 회원(망인)이 일방적으로 회원 본인 사망 시 지급되는 상조금의 수급권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상조금의 법적 성격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판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와 유사한 판결이 또 선고됐습니다. 이번에는 사망퇴직금에 관한 사건이었습니다.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사망으로 지급되는 사망퇴직금을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했다면 그 사망퇴직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유족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8다283049 판결). 따라서 사망퇴직금에 대해서도 상조금과 동일한 법리가 적용돼 망인이 유언으로 처분할 수 없는 재산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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