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돌봄이라는 그물망
전쟁, 계엄, 천재지변 등 사회적 위기 상황에도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 사회 구성원의 건강하고 동등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 바로 ‘돌봄’이다. 사람이 태어나 유아일 때, 병약할 때, 고령으로 노쇠할 때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 사람은 의존적 존재이며 필연적으로 돌봄은 필수적 사회재다.

모든 사람은 평생 돌봄을 주고받는다. 과거에 돌봄은 가족 내에서 이뤄지는 행위였다면 현재는 공적 영역으로 책임이 확장됐다. 돌봄은 국가, 시장, 지역사회, 가족 등 다양한 제공자가 나서 역할을 재배분하는 정책이 됐다.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늘봄교실, 우리동네키움센터, 방과 후 아카데미 등…. 나열해보니 정말 많은 기관이 아동 돌봄을 담당하고 있다.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는 부모를 위한 아이돌봄서비스, 시간제 보육, 공동육아나눔터, 돌봄공동체 등 인프라 차원의 돌봄은 거의 사각지대를 찾을 수 없어 보인다.

13세 아들을 둔 필자가 누리지 못한 서비스가 요즘 정말 많은 걸 보면 생애주기별 돌봄을 지향하며 참으로 여러 정책이 나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 후 늘봄학교 같은 기관에서 미처 채우지 못하는 틈새 돌봄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총 8만6100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서비스 기관이 전국에 228개소에 달하며 2만8701명의 아이돌보미 인력이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한다.

아이돌보미는 긴급한 가정에 파견돼 워킹맘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이들 중엔 육아 경험이 풍부한 중년 주부가 많은데 요즘 아이들과 더 잘 놀아주기 위해 최신 유행하는 보드게임이나 퍼즐 만들기 등 ‘놀이돌봄콘서트’에 참여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려 애쓰는 모습이 감사했다.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이 엄마에게 배워야 할 많은 정서적인 것과 감각적인 것 등 기질 형성에 필요한 부분을 이들로부터 채우기 때문이다. 갑자기 나의 엄마로서의 미숙함이 떠올라 이 정책이 좀 더 빨리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돌봄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존중이나 대우 이야기를 들으면 양육자들의 인식에 섭섭할 때가 있다고 한다. 부모들이 마치 거래에 의해 맺어진 사용자로 대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양육자들의 돌봄전문가에 대한 태도를 아이들은 금방 눈치챈다. 돌봄 공백을 메우려는 공공의 노력은 끝이 없다. 콘텐츠 개발, 현장 방문 모니터링 등 서비스 품질 향상에 애쓰고 있다. 아무리 촘촘한 그물망이라도 아이들을 잘 키워내려면 사용자와 공급자 간 상호 감사, 사랑이라는 끈끈한 신뢰의 그물망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