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군포 전셋값 '쑥'…재건축 이주대란 경고음
수도권 1기 신도시인 경기 성남(분당)과 군포(산본) 전셋값이 4주 연속 하락세를 끊고 이달 들어 일제히 상승 전환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군지 수요가 몰린 데다 노후계획도시 재건축이 첫발을 내디디면서 전세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 우려가 본격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장 2년 뒤부터 매년 수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게 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분당·중원 전셋값 급등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지난 2일 기준) 성남의 전세가격지수는 한 주 전보다 0.06% 상승했다.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넷째 주 -0.09%까지 떨어진 뒤 이달 방향을 바꾼 것이다. 성남 분당구는 지난달 넷째 주 전세가 변동률이 -0.13%였다. 이달 첫째 주는 0.05%로 0.18%포인트 올랐다. 중원구도 같은 기간 -0.02%에서 0.17%로 0.19%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수도권 전체 전세가는 특이사항 없이 변동률 0.03%를 유지했다.

산본신도시가 속한 군포의 전셋값도 이달 플러스로 바뀌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첫째 주 하락 전환한 뒤 4주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달 넷째 주 -0.05%에서 이달 첫째 주 0.04%로 상승 전환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학년이 바뀌기 시작하는 12월부터 학원 밀집도가 높은 학군지역 주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7일 선도지구 3만6000가구를 발표해 1기 신도시 재건축의 닻을 올린 것도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규모가 가장 큰 분당(1만948가구)의 전세가가 유독 오른 배경이다. 이주 물량은 많은데 이를 수용할 주택은 부족한 편이다. 철거 및 착공 단계에 있는 상대원2구역(5090가구)과 도환중1구역(2212가구), 산성구역(3487가구) 등 성남 내 재개발 현장이 이주 수요를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다.

군포는 선도지구 물량(4620가구)이 1기 신도시 중 가장 적다. 하지만 군포의 입주 물량이 작년과 올해 연속 제로(0)여서 이주 주택 부족 문제가 제기되는 건 마찬가지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선도지구 물량이 당초 제시한 범위의 최대치 수준으로 발표되면서 전셋값 자극에 대한 불안심리가 증폭됐다”고 말했다.

○ 고양·부천은 전세가 유지

성남 등의 전·월세 시장은 벌써 출렁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7단지’ 전용면적 108㎡는 지난달 보증금 10억95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직전 보증금(9억45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뛰었다. 중원구 금광동 ‘e편한세상금그랑메종2단지’ 전용 74㎡ 전셋값은 지난달 4억2000만원에서 이달 4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다른 1기 신도시 지역인 고양(일산)과 부천(중동)의 이달 첫째 주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0.07%, 0.05% 상승했다. 변동률은 지난주와 동일해 분당 같은 전셋값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산이나 중동 인근에서 고양창릉지구와 부천대장지구 등 3기 신도시가 본격 공급(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달 첫째 주 안양(평촌)의 전세가격지수는 0.01% 올랐다. 상승 폭은 전 주(0.04%)에 비해 둔화했지만, 14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국토부는 이달 1기 신도시 이주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장의 이주 대란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건축 조합원의 이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주 단지’를 별도로 조성하지는 않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