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태풍'에 흔들리는 K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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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쌓아올린 '매력 코리아' 타격…기업들 '전전긍긍'
뷰티·푸드 수출액 역대 최고 무색
일주일새 韓찾는 해외관광객 급감
업계 "30년 노력, 막 꽃 피웠는데"
국가이미지 업고 대박난 제품들
사태 길어지면 경쟁력 약화 불보듯
"탄핵이든 퇴진이든 빨리 수습해야"
뷰티·푸드 수출액 역대 최고 무색
일주일새 韓찾는 해외관광객 급감
업계 "30년 노력, 막 꽃 피웠는데"
국가이미지 업고 대박난 제품들
사태 길어지면 경쟁력 약화 불보듯
"탄핵이든 퇴진이든 빨리 수습해야"

지난주 해외 출장을 다녀온 한 식품기업 대표는 출장 내내 이런 질문과 코멘트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K푸드 주요 수출국인 동남아시아는 물론 올 들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글로벌 판매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며 “30년 공들여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K웨이브가 위기를 만났다”고 한탄했다.
파죽지세 K웨이브에 최대 악재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11월 화장품 수출액은 93억달러(약 13조28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라면, 과자, 음료 등 K푸드 수출액도 90억5000만달러(약 12조9200억원)로 처음으로 9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이 K콘텐츠를 기반으로 소프트파워를 키워가자 기업들이 이런 트렌드에 올라타 이뤄낸 성과다.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국격은 물론 K브랜드에도 큰 타격을 가했다. 한 화장품업체 대표는 “힘겹게 쌓아 올린 K브랜드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일순간에 무너뜨렸다”고 개탄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명동 등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권의 일부 매장은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패션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말 서울 시내 매장의 매출이 30% 이상 급감했다. 특히 명동이 심각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패션업체 대표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해외 진출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라며 “한류 때문에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건데 앞으로 진행할 글로벌 캠페인도 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사태 장기화로 국가 이미지 덕분에 잘 팔렸던 제품들이 악영향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
비상계엄에 ‘매력 코리아’ 훼손

코로나19 때 식품 대기업 미국법인에서 근무한 한 CEO는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실패를 겪으며 많은 선배들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며 “오늘날의 K푸드 열풍은 그들의 실패와 경험을 밑거름 삼아 이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치킨 프랜차이즈를 하는 제너시스BBQ 등이 코로나19 당시 모두 감염이 두려워 문을 닫았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매장을 열어 현지 시장에 브랜드와 제품을 각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기업의 노력 덕분에 엔데믹 이후 K웨이브는 크게 확산했다.
기업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 핵심 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뷰티업체 관계자는 “사태가 길어지면 부정적 파급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탄핵이든, 하야든,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든 조속히 불확실성을 걷어내 단기간에 사태를 수습하면 외신의 전망처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전설리/오형주/이선아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