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 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일본 전력 회사 제라(JERA)와 해상풍력 사업을 통합하기로 했다. 향후 석유가스 사업에 집중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P와 제라는 9일(현지시간) 양사 해상풍력 사업을 통합해 새로 만드는 합작회사 이름을 ‘제라넥스BP(JERA Nex BP)’로 정하고 “해상풍력 분야에서 향후 13기가와트(GW)에 달하는 순발전 용량을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각 지분율 50%로 합작회사를 신설한 뒤 양사가 보유한 해상풍력 자산과 사업을 합병해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새 회사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기업 덴마크 오스테드 등에 이어 4위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제라넥스BP는 해상풍력 분야에 2030년까지 최대 58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북서유럽과 호주, 일본 등의 기존 자산을 개발하는 동시에 신규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다. 머리 오친클로스 BP 최고경영자(CEO)는 “새 회사는 세계적으로 전기화되는 환경에서 성장 동력을 펼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며, 이와 동시에 주주에게는 자본 집약도가 낮은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양사가 합작회사를 세우고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개별적으로 투자할 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도통신은 “투자 규모가 큰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자재비 상승에 따른 개발비 증가로 사업자가 철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제라와 BP는 통합으로 경쟁력을 높여 투자액을 확실히 회수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월 CEO로 취임한 오친클로스는 주주로부터 BP의 성과를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회사 재무 상태가 악화하고 주가도 올해 들어 17%가량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오친클로스 CEO는 BP의 운영을 단순화하고 주로 석유와 가스 등 고부가가치 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전임 버나드 루니 CEO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생산을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는 에너지 전환 전략을 세운 것과 정반대 행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P가 제라와 해상풍력 사업을 합치기로 결정한 이유도 앞으로 석유가스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