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휩싸인 외환시장이 요동치며 국내 금융지주의 ‘자본비율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환율 급등으로 자본비율이 쪼그라들면 밸류업을 위해 발표한 주주환원 여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부 금융지주는 예측을 벗어난 환율에 맞춰 내년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에 맞춰 새로운 경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른 환율이 당분간 내려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애초 금리 인하에 따라 환율이 1300원대로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황이 급변하면서 사업계획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립해놓은 사업계획이 무의미해졌다”고 털어놨다. 하나금융도 환율 변화에 맞춰 경영계획을 수정할 예정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장기간 머무를 것으로 전망해서다.

주요 금융지주는 자본비율 관리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율 상승 여파로 자칫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목표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어서다. CET1은 자본 적정성 지표로 쓰인다. 금융당국 권고치는 12% 이상이지만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13%를 목표로 삼고 있다. KB금융은 CET1 13% 초과분을 다음 해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KB금융 13.85%, 신한지주 13.13%, 하나금융 13.17%, 우리금융 11.96%, 농협금융 13.11% 등이다. 우리금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 비율이 0.0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9월 말 대비 100원 넘게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CET1 비율이 0.3%포인트가량 하락한 셈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같은 조건일 때 CET1 비율이 0.02%포인트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CET1 비율이 0.1%포인트 하락하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약 3000억원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을 위해 애초 발표한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