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지난 10일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지난 10일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9일 밤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과 관련한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공모 관계임을 영장에 나타내면서 사실상 내란 수괴로 윤 대통령을 지목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 구속영장 심사가 비상계엄 사태 연루자들이 받는 내란 혐의에 대한 범행 개연성을 확인하는 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내란 수괴’로 적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천규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0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심사는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3명만 출석한 상태에서 약 20분 만에 종료됐다. 김 전 장관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다는 뜻을 밝혔고,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의 영장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에게는 형법상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장관을 ‘종사자’로 본 만큼 사실상 김 전 장관의 ‘윗선’인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조지오 경찰청장 등도 내란 혐의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날 비상계엄 사태 연루자를 속속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이번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여 방첩사령관을 내란 등 혐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수본이 핵심 인물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은 김 전 장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고, 현역 군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도 처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이날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수사권 문제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국무위원 조사 착수

내란죄를 수사 중인 경찰도 고삐를 죄고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조사에 나섰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당시 회의에 참석한 10명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요구를 했다. 한 총리마저 피의자로 전환함에 따라 여권의 ‘질서 있는 퇴진’ 시나리오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는 한 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 전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계엄법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해제하려는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계엄 발령은 의결 사항이 아니다.

특수단 관계자는 “(국무위원) 11명 중 1명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마쳤다”며 “피고발인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수사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에 이어 국무위원 추가 체포와 구속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찰 수뇌부 대상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특수단에 출석했다. 조 청장은 국회 질의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연락을 받아 국회 통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국방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방첩사령부 등에 계엄 당일 어떤 부대를 어디에 투입했는지 자료를 요구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민경진/조철오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