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16승의 비밀…'3실 법칙' [화우의 바이오헬스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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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실력, 실무가 만든 승소 공식
의약품 소송에서 선례가 된 사건
판사의 눈높이에 맞춘 법리 전략
의약품 소송에서 선례가 된 사건
판사의 눈높이에 맞춘 법리 전략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재판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어떤 사건은 승소 가능성이 있음에도 패소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사건은 패소 가능성이 있음에도 승소하는 경우가 있다. 재판에서 진실이 늘 승리하지 않을 수 있다.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재판은 논리적 주장과 증거의 싸움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못 하거나 가만히 있으면 승소할 수 있는 사건도 패소하게 된다. 오랜 역사를 거쳐서 재판 구조가 그렇게 짜여 있다.
대법원 지시재산권조 재판연구관과 특허법원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700여건이 넘는 특허분쟁 사건을 검토하고 재판해 왔다. 법관 퇴직 후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변호사로서, 특히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된 여러 대형 사건들에서 당사자를 대리하여 변론하여 왔다. 이 경험을 토대로 제약, 바이오 소송에서 ‘승소의 비결’을 정리해 본다.
재판 승소 조건으로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실체, 둘째, 실력, 셋째, 실무이다. 이른바 ‘3실’론이다. 실체, 실력, 실무가 잘 결합이 되어야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첫째, 실체이다.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사건의 팩트가 유리해야 한다. 사건의 팩트가 흑인데 백이라고 하기 어렵고, 백인데 흑이라고 하기 어렵다. 사건의 팩트를 확정 짓기 위하여 증거를 잘 수집하고 분석해서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 팩트가 자신에게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입증에 실패하면 패소할 수 있다.
둘째, 실력이다. 사건의 실체가 유리한 경우에도 실력이 부족하면 패소할 수 있다. 사건의 실체가 불리한 경우에도 탄탄하게 법적 논증을 펼쳐 주장하여 승소하는 경우가 있다. 재판은 법적 논증의 싸움이다. 어떻게 논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
셋째, 실무이다. 이것은 재판 실무상 노하우를 말한다. 재판은 법관이 하고 법관이 최종적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소송에서는 법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0년 이상 법관 생활하며 깨달은 점은, 법관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논증이 부족한 부분을 대법관이 정확히 지적하셨고, 이후 그 부분을 철저히 보완하니 재보고 지시가 없었다.
특허 재판도 마찬가지다. 최종적으로는 해당 특허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판단이 관건이다. 판사가 궁금해하는 점, 쟁점을 이해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기술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특허가 무효가 될 수 있다. 결국 판사를 설득해야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판사의 눈높이와 사고에 맞추어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3실'의 원칙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2020~2021년 메디톡스 집행정지사건이다. 17건 중 16건 승소라는 성과를 거둔 이 사건은 실체, 실력, 실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케이스였다. 혼재된 유불리 속에서 철저한 법리 분석과 증거 보완으로 승소를 이끌어냈다.
의약품 관련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은 통상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메디톡스 사건에서는 의약품의 안전성을 설득력 있게 소명하고,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논리적으로 입증해 승소할 수 있었다. 이는 이후 본안사건 1심, 2심에서도 4개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인정받아 취소판결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의약품 집행정지 분야에서 집행정지 요건 분석 및 약사법 관련 규정 해석에 관하여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 '3실'의 법칙이 실제 소송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이 원칙의 적용을 추천하는 이유다.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대법원 지식재산권조 재판연구관, 서울 고등법원 고법판사, 특허법원 제1호 고법판사를 역임하였다. 오랜 재판실무경험을 통해 법적 분쟁의 공격방어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뒷받침하여 승소를 이끌어내고 있다. 메디톡스를 대리하여 17전 16승의 전무후무한 실적을 거두는 등 국내 지식재산권 및 바이오헬스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