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첩 요구가 법률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요청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1일 일부 공개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불출석 사유서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정 위원장이 공개한 사유서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6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한 직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경찰이 이를 거절했다.

이후 공수처가 8일 오후 대검에 수사 중인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청했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검찰·경찰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경우, 처장이 수사의 진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정한다.

심 총장은 "공수처로부터 이첩 요청을 받았지만 관련 법률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9일 공수처와 이첩 관련 협의를 실시하면서 검찰의 수사 진행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이첩 요청을 유지 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불출석 사유서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공수처와 협의에 이르지 못하고 9일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공수처에 동시에 공문을 발송해 협의회 개최를 제안한 상태"라고 했다.

검찰의 협의회 개최 요청에 10일 각 기관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현재 구체적인 협의회 참석자와 일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 총장은 "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범죄 수사 및 소추에 관한 사항에 대해 증언할 경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