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스카이 커뮤니티. 사진=삼성물산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스카이 커뮤니티. 사진=삼성물산
한강변 정비사업 대어인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삼성물산현대건설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시공 능력 1·2위 건설사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조합원 사이에서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3층, 51개 동, 2331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해 올 하반기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혀왔다. 조합원 수가 1160여 명으로 한남2·3·5구역보다 적고 일반분양 물량도 1981가구에 달해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에서 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었다. 두 회사가 시공권 경쟁에 나선 것은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이수 힐스테이트) 이후 17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용산공원 동쪽인 한남4구역을 수주해 용산공원을 둘러싼 '래미안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용산공원 남쪽 '래미안첼리투스'와 서쪽 '래미안용산더센트럴'을 시공했고 용산공원 북측 '남영동업무지구2구역' 수주도 노리고 있다. 2021년 한남3구역 시공권을 따낸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까지 확보해 브랜드타운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제안한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양사는 한남4구역 조합에 파격적인 입찰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건설사와 조합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지만, 양사는 조합이 제시한 것보다 적은 공사비를 책정하고 책임준공 등 조건까지 내걸었다. 현대건설은 조합이 제시한 금액보다 800억원 이상 낮은 1조4855억원을 제시했다. 조합원당 부담금은 7200만원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또한 이주 철거 후 즉시 착공과 공사중단 없는 책임준공을 확약하며 49개월의 총 공사 기간을 제안했다.

삼성물산은 공사비를 1조5695억원으로 제시했다. 착공 시점까지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 314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공사비 총액에 발코니 확장공사 원가를 포함해 일반분양 가구의 발코니 확장비는 조합에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공사비 지급 조건으로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을 내세웠다. 조합이 분양해 수입이 생기면 수입 안에서 공사비를 받는 조건이다.

양사 모두 사업비 조달, 이주비·분담금 등의 금융지원책도 내놨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전액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 0.1%포인트(P)를 더한 수준으로 책임 조달하기로 했다. 이주비도 가산금리 0.1%P에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시중금리가 연 3%라면 연 3.1% 금리로 이주비를 지원하는 것인데, 삼성물산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제안한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삼성물산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없이 필수사업비와 사업촉진비 등 조합이 필요한 사업비에 대해 3조원 이상 책임 조달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으로 지급 보증을 선다면 금융권 최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분담금 최대 4년 유예와 이주비 최저 12억원도 보장했다.

공사 지연·미분양에 대한 책임도 건설사들이 지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49개월 책임준공에 더해 아파트와 상가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일반분양가에 대물변제하기로 했다. 삼성물산도 공사 지체 일수마다 계약금의 0.1%를 보상하고 아파트와 상가 미분양은 일반분양가에 대물변제하겠다고 조합에 제안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두 건설사의 경쟁적 제안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담금 유예와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등의 조건은 공사는 공사대로 다 하면서 돈은 나중에 여유 되면 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힐스테이트 한강'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제안한 '힐스테이트 한강'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한남4구역에서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면 정비사업에 나선 인근 지역에서도 그에 준하는 조건을 원할 것"이라며 "두 건설사가 조합원 눈높이를 높이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다른 사업장에서) 다른 건설사들이 비난받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남4구역의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다소 무리한 조건을 내거는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비슷한 급의 다른 사업지들이 이번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한남4구역은 압구정3구역의 전초전 성격을 갖고 있기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내년 1월18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