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지속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가 막바지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이어가 눈길을 끈다. 최근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데다 지역 내 아파트 브랜드 입지를 다질 수 있어 중견 건설사가 정비사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와 달리 공사비 절감과 옵션 추가 등을 내세워 중소 규모 틈새시장을 전략적으로 점하고 있다.
"대형사 공백 메운다"…중견사 알짜 단지 수주

○소규모 정비사업 등 틈새 공략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가 수도권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중소규모 수주를 통해 시공권을 잇달아 확보하고 있다. 우미건설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상봉역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사업지는 지하철 7호선 상봉역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다. 우미건설은 리뉴얼한 브랜드 ‘린’을 앞세워 지하 2층~지상 15층, 5개 동, 225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향후 인근이 모아타운(1만7942㎡)으로 개발되면 514가구로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수주 금액은 1581억원으로 추정된다. 2028년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우미린 홈 네트워크 시스템, 옥탑 특화 디자인 등을 도입해 차별화된 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인근 상봉7재정비촉진구역은 코오롱글로벌이 시공권을 따냈다. 지하 7층~지상 49층에 아파트 841가구와 오피스텔 30실이 들어선다. 공사 금액은 4284억원에 달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주로 토목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 공사처럼 브랜드 영향력이 작은 사업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수도권 정비사업은 시장성이 좋다고 판단했고, 대형사에 비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어 수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0가구 이하 중소형 단지에서 중견 건설사 수주가 눈에 띈다. 동부건설은 지난 9월 중랑구 묵동 ‘장미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자로 선정됐다. 경쟁사였던 진흥기업이 제시한 3.3㎡당 공사비 751만원보다 낮은 739만원을 제안했다. 기존 100가구를 헐고 지하 3층~지상 20층, 234가구를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중견 건설사인 한양은 올해 부산 삼보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992억원), 경기 고양행신 1-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1759억원), 인천 경인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1046억원) 등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

○대형사와 컨소시엄 이루기도

1000가구 넘는 대규모 정비사업에는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30일 두산건설과 한양이 인천 부평구 부개동 부개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5층, 13개 동, 1299가구로 이뤄진다. 총공사비는 3071억원이다. 두산건설과 한양 지분이 각각 60%, 40%다.

지방에서는 지난달 계룡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대전 중구 용두동3재정비구역 시공권을 확보했다. 두 건설사는 용두동에 1999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사업지는 대전 지하철 1호선 오룡역과 KTX 서대전역 인근에 있다. 총도급액은 약 6018억원으로 계룡건설 지분이 35%다. 계룡건설은 또 올초 704억원 규모의 서울 구로구 한성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사업(254가구)을 수주했다.

중견 건설사가 도시 정비를 잇달아 수주하며 주택 공급과 건설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는 공사비를 더 낮추거나 옵션을 추가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중견 건설사가 사실상 정비가 가장 필요한 소규모 노후주택 등의 주거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