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의 금 투자 열기가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에 이어 중동 갈등 고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국내외 정국 불안이 이어지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짙어졌다. 금값은 지난 10월 역대 최고를 경신한 뒤 지난달 주춤했지만 최근 중국의 금 매입 재개 소식에 다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놓으니 안심되네"…'탄핵 정국'에 역대급 수요 폭발한 곳

○ 금 1176돈 한 번에 사기도


11일 한국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이 증권사의 신규 금 계좌 수는 지난달 6527개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1837개) 대비 255.31% 급증했다. 신규 계좌는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이란 본토를 공격하는 등 중동 갈등이 본격화한 4월 3651개로 반짝 늘어났다. 이후 변동폭이 크지 않다가 올해 10월(6213개)부터 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대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탄핵 정국’ 등 혼돈이 이어지고 있는 12월에도 계좌 1622개(지난 7일 기준)가 개설됐다. 하반기(7월~12월 7일) 개설된 신규 금 계좌는 총 2만2846개로 상반기(1만4562개) 수치를 이미 추월했다.

실제 거래가 일어나는 ‘금 거래’ 계좌도 지난 9월(8095개), 10월(1만2323개), 11월(1만6875개)로 매달 늘고 있다. 이달에도 5000개에 육박하는 계좌에서 매매가 이뤄졌다. 특히 30대 젊은 층의 금 투자가 활발했다. 30대의 금 거래 비중은 올해 통틀어 전 연령대에서 1위(30.80%)였다. 40대와 50대는 각각 24.72%, 21.26%를 나타냈다. 20대도 15.63%에 달했다. 금 매매 비중을 따져보면 20명 중 3명가량은 20대라는 얘기다. 지난달 5일 미국 대선 직전 한 60대 고객은 한 번에 6억원어치 금 현물을 사기도 했다. 이 증권사의 올해 단일 금 거래액 중 가장 컸다. 비상계엄 사태 이튿날인 4일에도 60대 이상과 50대 고객이 각각 1억5000만원, 1억2000만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최근 이틀 사이 20대 계좌에 5600만원, 10대 계좌에 3500만원어치 금이 한 번에 결제되기도 했다.

○ 주식 대신 금?…내년에도 황금기 올까


최근 금 가격은 시리아 정권 붕괴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3거래일 연속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2% 오른 2718.40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약 33% 상승했다. 금 가격은 10월 역사상 최고가인 트로이온스당 2800달러를 넘어선 뒤 11월부터 약세를 보였으나 다시 고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 금 수요국인 중국이 본격적으로 금을 매수한다는 소식도 금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국가외환관리국이 발표한 중국의 공식 금 보유량은 11월 말 기준 7296만트로이온스(약 2068t)로 전월 동기 대비 16만트로이온스(약 4.5t) 증가했다. 5월 후 처음으로 금 매입이 이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황금기’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금 수요 회복과 트럼프 집권 이후 인플레이션 심화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는 금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내년 1분기 평균 2650달러로 기존 예상치에서 1.9% 올렸다.

2분기에는 평균 2800달러로 이전 전망치보다 12%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