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가운데)이 지난달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광주창업페스티벌’에서 창업 실증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시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가운데)이 지난달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광주창업페스티벌’에서 창업 실증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시 제공
서울의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이노프렌즈(대표 김성수)는 지난 6월부터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역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원거리 길 안내 코드를 실증하고 있다. 색을 입힌 손바닥 크기의 직사각형 코드를 역 주요 시설에 붙여 놓으면 시각장애인의 스마트폰이 코드를 인식해 현재 위치와 길을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코드의 크기가 커 멀리서도 인식 가능하고 전용 앱을 통해 음성안내를 받을 수 있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와 올해 ‘창업기업제품 실증 지원 사업’을 추진해 전국 81개 기업을 선정한 뒤 실증 장소와 실증 비용(최대 1억5000만원) 등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상용화 직전의 제품(서비스)을 보유한 7년 이내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광주 전 역을 실증공간으로 제공해 레퍼런스 확보와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 기업들은 2년 동안 매출 103억원, 신규 고용 77명, 투자 40억원 및 투자협약 1000만달러 등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엔 지원 기업 대다수가 광주 지역 업체였지만 올해엔 서울과 인천, 경기 고양, 대전, 충남 천안, 경남 창원 등 전국 각지의 기업들이 선정돼 제품 실증 활동을 펼쳤다. 이노프렌즈가 대표적이다. 이노프렌즈는 QR코드에 이어 차세대 코드로 주목받는 UR코드를 개발한 회사다.

유일환 이노프렌즈 매니저는 “코드를 공공장소에 부착하려면 관계 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조명 설치와 동선 확보 등 실증과 관련해 광주교통공사와 관광공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개선 과정을 거쳐 내년 안에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시가 도심 곳곳을 테스트베드 공간으로 제공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증 성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광주시는 기업이 개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박물관, 대학, 산하기관, 공원 등 맞춤 공간을 제공했다. 인공지능(AI) 도로 기반 시설 솔루션을 개발하는 대전의 모바휠(대표 김민현)은 광주여대와 흑석사거리에서 초음파 AI 시스템 기반 도로 상태 정보 플랫폼을 실증하고 있다. 상업용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의 모션어드바이저(대표 박성호)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시민체감형 도서관 혁신 스마트로봇 실증사업을 펼쳤다. 소방 설비를 개발하는 고양의 파이어버스터랩(대표 김승연)은 광주교통공사에서 전기차존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제트 버스터 스프링클러 화재 진압 시스템을 실증했다.

광주시는 지난달 28~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광주창업페스티벌’을 국내 첫 실증창업 행사로 치러 기업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광주시가 실증 장소로 지역 곳곳을 제공한 데는 강기정 광주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다.

강 시장은 “1980년 5·18 당시 광주가 고립되고 외로웠을 때 전 세계 민주주의 수호자들과 국민이 광주를 도와줬다”며 “이제는 광주를 내어주고 실증할 수 있도록 돈을 줘 실증 도시로 만든다면 광주가 포용도시가 되는 것은 물론 창업 성공률이 높은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