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방어선...외환방파제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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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환율 방어선이 계속해서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단기적 상한선으로 여겨지는 1,450원을 넘어서면, 1,500원대까지 쉽게 뚫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어한다고 해도, 환율 상승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 나왔습니다.
김 기자, 원·달러 환율이 오늘도 오르면서 1,430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환율 수준도 수준이지만, 최근 환율 움직임이 너무 급격하고 빠르것 아닌가, 이런 걱정이 더 큽니다.
<기자>
네,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를 보면요.
1월부터 10월까진 1,300원대 초중반이던 환율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1,400원대로 훌쩍 올라왔는데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야간거래에선 1,446.5원까지 치솟았고요.
4일부터 주간거래 종가도 모두 1,420~30원대 안팎으로 형성된 뒤,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계엄 선포 다음날엔 하루 변동폭만 41.5원에 달했는데요.
지난 10월만 해도 하루 변동폭이 평균 4.9원 정도였습니다.
두 달 전과 단순해 비교해 10배나 변동성이 커진 겁니다.
<앵커>
외환당국이 계속해서 적극적인 시장 개입 의사를 밝히고 있고, 실제로 상당 수준 개입을 하고 있습니다.
김 기자, 지금 환율 수준이 당국이 적극 개입해서 버틴 거라면 이제, 원·달러 환율의 저항선 자체가 한 단계 올라섰다 이렇게 봐야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정부는 환율은 시장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특별한 레벨을 언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데요.
다만 시장 쏠림으로 환율이 급변동할 때는 '스무딩 오퍼레이션', 즉 미세조정을 해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단 방침입니다.
최근 일주일간 환율의 흐름을 보면, 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선 지난 4일, 6일, 9일 등에 당국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온 뒤,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폭은 일부 제한되는 모습입니다.
다만, 외화를 투입해 단기 급등을 막고 있다 해도 이미 원·달러 환율 레벨이 1,420~30원대로 크게 올라온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계속해서 환율 방어하다보면 우리나라가 가진 외환보유액이 확 줄어드는 게 아니냐 그런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기자>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하회하는 건 예상되는 수순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 9천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4,600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3년 동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현재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어느정도 외화를 소진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만,
앞서 4일 외환시장에서는 크게는 외환당국이 10억 달러 정도를 매도했다는 추정이 나왔는데요.
이게 얼마나 큰 금액이냐면요.
올해 1분기 석달간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실시한 매도, 매입을 더한 순거래액이 -18억 달러 정도입니다.
쉽게 말해 석달간 한 조치와 맞먹는 수준을 4일 하루에만 단행했다는 거죠.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무렵에도 환율이 1,441원까지 튀었었는데요.
당시 한은은 3분기에만 최대 175억 달러를 순매도하면서 환율을 방어했었습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천억 달러대로 내려온 것은 2018년 5월 말 후 6년 6개월간 한번도 없었는데요.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에 개입한다면, 외환보유액 4천억 달러선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국내외에서 환율 1,450원선이 깨지면 1,500원은 쉽다 이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외환보유액 심리적 방어선이 4천억 달러로 여겨지는데, 이게 깨진다는 것 어떻게 해석하면 좋겠습니까?
<기자>
국제통화기금(IMF)는 신흥국 ARA(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를 기준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을 4,653~6,980억 달러로 제시해왔는데요.
이에 IMF 권고 미달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습니다만, 한국은 2023년부터 신흥국에서 제외돼 해당 수치는 논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장 4,000억 달러 하회가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은행도 외환보유액 감소를 지나치게 경계하는 반응 자체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규모만 놓고보면, 한국은 세계 9위 수준으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또, 외환보유액이 어디까지나 위기 대응을 위해 쌓아놓은 '버퍼'로서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활용하는데 의미가 있다는 거죠.
이창용 총재도 지난 통방에서 "환율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1997년 외환위기와 달리 지금은 우리가 채권국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외환보유액만 소진하고 환율 상승세를 잡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에선 지금과 같이 정치불안이 지속되고,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본격화하면
장기적으로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내놓고 있습니다.
시장 개입과 같은 단기 처방으로만 환율 방어가 가능할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외화만 지나치게 소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김민영, CG: 홍기리
김예원기자 yen88@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