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탄핵 리스크'가 아직 반영되지도 않은 경제지표들에도 줄줄이 적신호가 켜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출이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 둔화될 것이란 전망 속에 해외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내리고 있습니다.

세종스튜디오 연결합니다. 박승완 기자, 수출 실적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주요 수출 품목인 승용차와 석유제품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지난달 부품업체들의 파업으로 생산이 줄면서, 덩달아 수출까지 타격을 입었었는데, 이달 상순에도 하락세를 이어간 상황입니다. 장기간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석유제품 역시 좀처럼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입니다.

그나마 반도체가 선방했는데, 지난해와 비교해 43% 증가했습니다.

월간 기준 수출 증가율은 지난 8월부터 꺾여 11월까지 4개월 연속 내려가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리 수출이 올해 연말에도 우상향 동력을 가져갈 것으로 기대하는데요. 현재 '계엄 사태'로 정치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판단입니다.

실제로 무역계에 따르면 현재 수출 계약이 취소되거나 대금이 들어오지 않는 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해외 바이어가 방한을 취소하거나 수출 상담이 중단되는 등의 상황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나온 고용지표를 보면 앞으로 상황이 만만치 않아보입니다. 박 기자, 건설과 도소매, 제조업까지 우리 내수와 수출 경기와 직결된 주요 산업들 고용지표가 엉망입니다.

<기자>

11월 기준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2만 1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 3천 명 늘었습니다. 10월 무너졌던 10만 명 선을 회복한 건데요.

올 초 30만 명을 넘나들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5월 8만 명으로 급감하더니 줄곧 10만 명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건설업과 제조업, 도소매업의 부진 때문인데요.

건설업 취업자는 7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고, 제조업 일자리는 1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전자부품, 의복, 종이 펄프류 등의 감소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다만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대라는 수치를 부진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인데요. 정부 관계자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서 고용 상황을 보는 시각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아직 탄핵 리스크에 따른 경제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해외기관들은 줄줄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습니다. 박 기자, 성장률을 낮추는 이유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우리 수출마저 꺾일 것이란 우려 때문인 거죠?

<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2.2%일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지난 9월보다 0.3%p 내렸는데, 내년 성장률 역시 같은 폭으로 낮춘 2.0%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앞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나 한국은행 등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바 있죠.

아시아개발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은 이유는 AI 반도체에 올라탄 수출 증가가 꺾일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최근 '계엄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조동철 KDI 원장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묻는 말에 "2% 안팎이지만, 내려가는 흐름인 것은 틀림없다"고 답했습니다. 최근의 상황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이 불안해지고, 당장 투자를 꺼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다가오는 트럼프 2기를 두고는 "중국 견제 전략으로 인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고, 중국은 이제 우리 주력 산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가장 걱정이 큰 게 석유화학과 철강업종인데, 오늘 관련 산업장관회의에서 어떤 대책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정부는 우리 경제가 한 걸음이라도 주저한다면, 곧바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박상우 국토부장관 등은 한화오션 시흥 R&D캠퍼스를 둘러보고, 물류, 항공 등 산업 전략을 두고 머리를 맞댔는데요.

먼저 진해신항을 만들어 부산항 하역능력을 2배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항구에 배를 대는 자리를 선석이라고 하는데, 현재 40개인 부산항의 선석을 66개로 늘려 세계 1위 컨테이너항으로 올라섭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마무리되는 만큼 항공운송산업 경쟁력을 위한 대책도 나왔는데, 아테네, 코펜하겐 등 노선을 새로 열고, 호주와 중앙아시아로 가는 환승객 유치에 나섭니다. 무엇보다 독과점 우려가 있다면 비행기 티켓 가격 인상을 막고, 마일리지 손해가 없게 철저히 관리합니다.

'바람 앞 등불'인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선 사업 재편을 이끌고, 철강업의 경우 반덤핑 관세를 매길지 살펴볼 계획인데요.

다음 주에는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정 계획을 발표하는데, 다만 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정부 리더십에 상처가 난 상황에서, 일련의 대책들이 동력을 잃진 않을지 우려가 커집니다.

지금까지 세종스튜디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
안 그래도 비상인데…계엄 사태에 경제 '표류' [세종L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