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길고 큰 상처 남길 것…尹 대통령, 사임 택하길 바라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보다 사임을 택하기를 바랍니다.”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카디르 준 아이한(사진·한국명 한준) 디플로머시애널리틱스 대표(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비상계엄 및 탄핵 추진 사태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탄핵은 길고 추한 과정이고, 정치적으로 한국에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면서 “그때는 여론이 처음에는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시위가 이어지면서 갈수록 악화했다”며 “이번엔 처음부터 여론이 아주 좋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오랫동안 탄핵에 반대하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이한 대표는 튀르키예 출신이며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이다.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통합과 이민 문제에 관한 위원회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경험은 좋았지만 이런 식으로 이 정부가 끝나게 돼 아쉽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면서도 탄핵이 한국 사회에 일상적으로 자리 잡을 것을 우려했다. 아이한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반대파는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을 요구했다”고 회고하며 “대통령에게 반대할 때마다 탄핵을 요구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가 “윤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며 “윤 대통령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받아들이고 사임해서 한국의 미래에 상처를 남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 배경이다.

아이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물러나고 다음 선거가 순조롭게 치러져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면 이는 “한국의 깊은 민주주의 뿌리와 한국 국민의 역량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의 대통령제는 매우 강력하지만 대통령이 권한을 마음껏 휘두를 수 없다”며 “법적 시스템, 국민의 역량, 국회의 역량, 언론의 감시 등에 의해 권력이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어떤 나라는 대통령이 아무리 권위주의적이라도 탄핵할 수 없다”며 “이런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강한지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