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굽혀 사과한 국무위원들 >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 허리 굽혀 사과한 국무위원들 >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결정한 국무회의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있던 회의였다”고 11일 시인했다. ‘기록, 속기, 개회 선언, 종료 선언 등이 있었던 법적인 국무회의였냐’는 질문에도 “(해당 절차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해 절차의 법적 타당성을 따지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국무회의 시간이 5분에 불과했다는 기록을 공개했다.

○한덕수, “계엄 국무회의, 흠결”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관련 긴급 현안 질문’을 했다. 한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 22명이 출석했다.

여기서 한 총리는 의원들의 질문에 “국무회의 자체가 갑자기 이뤄져 계엄을 논의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사전적인 준비가 매우 부족했다”며 “(국무회의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시 국무회의에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서명하는 ‘부서(副署)’ 절차도 없었다고 했다. 헌법 제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고 규정한다. 한 총리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관련 질의에 “저를 비롯해 국무위원 모두가 비상계엄 선포에 부서한 것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날 행안부가 공개한 대통령실 회신 내용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는 3일 오후 10시17분부터 22분까지 5분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열렸다. 안건명은 ‘비상계엄 선포안’으로 안건 제안 이유는 ‘헌정질서를 위해 3일 오후 10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것’이었다. 이 회의에는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최 부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11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회의록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무위원 전원, 계엄 반대

한 총리는 당시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고 윤 대통령의 계엄 의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말했다. 국무위원들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신인도 하락, 국민 수용성 부재 등을 거론하며 반대했다고 한다. 최 부총리도 “우리 경제에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강하게 반대 의사를 전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 온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다”고 했다.

한 총리 등은 회의 직전까지도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한 총리는 ‘계엄을 사전에 인지했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계엄 포고문에 대해서는 “발표 이후 TV를 통해 확인했다”고 했다.

국무위원들은 회의 도중 기립해 사과하기도 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와 국무위원들을 향해 “전원 기립해 백배 사과를 해라”고 요구했고,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대부분이 일어나 다시 고개를 숙였다.

○‘韓·韓 야합’ 주장은 적극 반박

다만 한 총리는 지난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발표한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야당의 비판에 적극 반박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와 한 대표가 함께 사실상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한(동훈)·한(덕수) 야합’은 바로 연성 쿠데타고 헌법과 법률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총리는 “대통령께서 ‘헌법과 법률로 정부에 주어진 권한과 당이 할 수 있는 일에 협력해서 잘하라’고 말씀하셨다”며 “담화 취지는 헌법 테두리 안에서 당정 간, 그리고 야당 간 협의를 강화하자는 것이지 두 사람이 어떻게 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권력을 나눈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배성수/양길성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