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 누가 보상하나
최근 이상 기후로 태풍, 홍수, 호우, 가뭄 등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농업 생산은 기후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 재해 피해에 노출되는 정도가 심한 편이다. 농업재해로 인한 농작물 및 시설 피해를 보상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한국의 농작물재해보험은 2001년 사과와 배를 시작으로 2024년 73개 품목으로 확대돼 농업인의 든든한 경영안정 장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던 농업수입안정보험을 확대함으로써 농업생산뿐만 아니라 가격위험까지 보장하는 진일보한 위험관리 수단으로 그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의 요지는 보험료율 산출 시 자연재해 피해에 할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의 보험료율은 시·군 단위로 사고(재해 피해) 발생 확률에 따라 산정되고, 여기에 개인의 사고 발생 정도에 따른 할인·할증이 부과된다. 이는 다른 보험뿐만 아니라 외국의 농작물재해보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방식이다.

만약 자연재해 피해에 할증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자연재해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농업인과 피해를 경험한 농업인이 모두 같은 보험료를 분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노력을 통해 재해 피해를 방지한 농업인에 대해 무사고에 따른 할인이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농업인의 피해까지 부담해야 한다. 우량지역 또는 우량 가입자의 보험 가입 의지가 약화하고, 그로 인해 보험료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

할인·할증제도는 개별 농업인이 경험하는 위험도에 비례해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농업인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할증을 없앨 것이 아니라 현재 10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 손해율 구간을 더욱 세분화해 농가의 위험도에 맞게 할인·할증을 보다 정밀하게 적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아울러 ‘재해복구 비용에서 생산비를 보장해야 한다’는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도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재해 피해 보전을 직접 지원에서 보험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 막대한 재정 부담과 함께 재배 한계지에서의 생산 유인 제공, 과잉 생산 등 문제가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우려스러운 개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상임위 개정안은 자연재해의 빈발과 피해로 인해 고통을 받은 농업인에게는 언뜻 희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보험료가 지속 인상되는 것이 과연 농업인에게 유리한 일인지, 재해 피해 농가가 보상받는 보험금을 보험료로 감당해야 하는 재해 피해가 적은 지역과 가입자에게는 비용 부담을 가중하는 일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