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에세이] 경제와 민생에 중단은 없다
크리스마스캐럴 하나에도 설레는 연말이 왔지만 예년보다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이다. 뉴스 특보 하나하나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정말?’ 하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메신저를 타고 받은 글과 링크가 쉼 없이 날아들면서 어수선함은 잦아들지 않는다.

그사이 국내 주가는 하락하고 환율은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K드라마의 반전에 반전’(영국 이코노미스트), ‘미국의 불확실한 무역정책 등 외풍까지 겹쳐 한국이 하방 리스크에 직면’(골드만삭스) 같은 헤드라인처럼 한국의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기업도 해외 바이어들에게 ‘괜찮니’를 인사처럼 듣고 있다.

수치로 보면 한국의 방어력은 충분하다. 한국은행 외화보유액(400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월평균 75억달러), 여기에 국민연금 해외자산(2000억달러)까지 합치면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글로벌 투자은행의 평가다.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쓰나미도 튼튼한 경제 체력을 감안하면 아직은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일상에 대해서는 ‘평소와 같이’ 뚜벅뚜벅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경제정책에 공백이 없도록, 경제 리더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반도체산업은 국가 간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보조금으로 투자는 지체되고 획일적 주 52시간으로 연구실 불은 계속 꺼질 수밖에 없다. 전력망확충특별법도 멈춤 없이 굴러가야 한다. 최첨단 산업을 지원할 발전 설비는 늘고 있는데 주민 보상 문제로 송배전이 어려운 코미디가 이어지고 있다. 이뿐인가? 인공지능(AI) 전환을 전폭 지원해 줄 특별법안, 해상 풍력을 활용하는 입지 법안, 뿌리산업 등 중소기업에 절실한 외국인고용허가제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법안도 있다. 다들 여야 간 이견이 없다. 이런 무쟁점 법안이 12개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혼란의 정국 소용돌이에 경제 논의가 실종돼선 안 된다.

서민들의 먹고사는 민생 문제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 대목, 연말 대목이 사라져 가고 게스트하우스 취소 문의가 잇따른다는 얘기가 들린다. 소상공인이 정책 사각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의 세심한 배려와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날 해외에선 “한국의 회복 탄력성을 재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도 우리는 초기 우왕좌왕했지만, 블룸버그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결국 세계 회복력 순위 1위에 올랐다. 일관되고 중단 없는 경제정책으로 금융시장이 개선되고 정국도 안정되길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