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정부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정책 대응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일부 부처 장관들은 “당분간은 우리 부처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책만 추진하자”는 지침을 내렸다. 다른 부처와 협업해야 하는 정책은 대통령실의 조율이 필요한데, 대통령실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어 미루자는 취지다.

대통령실 정책라인은 사실상 멈춰 섰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실에 보고할 사안이 있어 용산으로 가려고 문의하니 담당 비서관이 ‘오지 말라’고 답했다”며 “부처는 대통령실 승인이 없으면 선뜻 일을 추진하기 어려운데, 보고를 못 하게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계엄 사태 이후 정책 관련 발표 및 일정을 모두 취소한 상태다. 연내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정책들에 대한 논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말연시 소비 진작 대책과 실손보험 개선 방안, 계속고용 로드맵 등이 대표적이다.

한 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서울청사는 장관과 차관이 분주하게 움직여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종청사에 있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새로 일을 벌이지 말자’는 분위기가 많다”며 “일부 관료는 ‘다음 정부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니냐’는 농담도 주고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