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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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앞둔 중국이 11일(현지시간) 내년에 통화 약세 허용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이 보도로 중국 위안화는 일주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역외 위안화는 이 시간 현재 달러당 7.2921로 전날보다 0.5% 하락했다. 현재는 하락폭을 다소 줄였다.

이 영향으로 뉴질랜드 달러도 2년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고, 호주 달러는 작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는 대선 전부터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후에 위안화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허용하는 것은 그간 환율의 안정적 유지를 표방해온 중국 당국의 관행에서 벗어난다. 위안화는 현재 중앙은행이 정한 일일 중간 지점의 위아래 2%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외환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이 '트럼프 관세' 영향을 완충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해왔다. 런던 라보뱅크의 외환전략 책임자 제인 폴리는 "중국 경제는 이미 약하고 인플레이션은 낮으며 트럼프의 관세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의 전략가들은 위안화가 2025년 말까지 달러당 7.45로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 증권은 내년 5월까지 역외 위안화가 7.6으로, JP모건 체이스도 내년 2분기에 위안화가 달러당 7.5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2015년 8월에도 중국은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적이 있다. 당시 자본 유출이 급증하고 중앙은행이 통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준비금을 모두 소진했던 전력이 있다

이미 중국은 내수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금주 초 공산당 간부들로 구성된 정치국 회의에서 내년에 ‘적절하게 느슨한’ 통화 정책을 채택하고 더 대담한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시절, 미국과의 무역전쟁 당시에도 위안화가 심리적 이정표인 7을 넘어 약세가 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라보뱅크의 폴리 전략가는 중국 당국이 2015년의 위안화 평가절하 경험을 축적한 만큼 지나친 약세와 변동성을 조성하지 않도록 조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