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과 관련한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공모 관계임을 영장에 나타내 사실상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지목했는데,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내란죄의 정점으로 지목한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남천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0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검찰청법에 의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범죄혐의 소명 정도,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연루자 가운데 첫 구속영장 발부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과 함께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포고령 발표와 계엄군의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 등도 지휘한 것으로 지목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을 비상계엄 사태의 ‘키맨’으로 본 특수본은 지난 8일 오전 1시 30분 자진 출석한 김 전 장관을 새벽까지 조사한 뒤 긴급체포해 동부구치소에 수용했다. 이어 9시간여 뒤인 같은 날 오후 5시께 김 전 장관을 다시 불러 이날 오전 0시 20분께까지 7시간여 2차 조사했다.

이후 9시간여 뒤 시작된 세 번째 조사는 지난 9일 오후 7시 37분께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특수본은 체포 시한(48시간) 내 신병확보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의 영장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에게는 형법상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장관을 ‘종사자’로 본 만큼 사실상 김 전 장관의 ‘윗선’인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도 내란 혐의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발부로 법원이 검찰 내란 수사의 적법성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 속도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이날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공수처는 수사권 문제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