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방"…롤러코스터 탄 증시에 레버리지 공부 나선 개미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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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레버리지 교육 수강생, 10만명 돌파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코스닥·코스피 레버리지 ETF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염두해야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코스닥·코스피 레버리지 ETF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염두해야
"어라? 왜 매수가 안되지."
코스닥지수가 5% 넘게 폭락한 지난 9일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매수하려던 30대 투자자 A씨는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매수 주문을 냈는데, '교육 이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만 나올 뿐 예수금이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A씨가 국내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투자를 하지 않아 사전 의무 교육을 받아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관련 교육을 수강했지만, 결국 매수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다음날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8.9% 급등했습니다. A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교육을 이수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습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레버리지 ETP를 거래하기 위해선 '레버리지 투자 사전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국내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2배 상품을 매수한 경우 기초지수가 1% 오르면 수익률은 약 2%가 됩니다. 레버리지와 반대로 지수 하락에 2배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곱하기 인버스) 상품도 교육 이수가 필요합니다.
의무 교육은 2020년부터 도입됐습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증시 변동성이 커졌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에 자금이 과하게 몰렸습니다. 기초 지식이 부족한 신규 투자자의 진입도 늘었는데, 당국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사전교육을 의무화했습니다.
금융투자교육원은 '한눈에 알아보는 레버리지 ETP 가이드'라는 온라인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을 매매하려는 개인 투자자는 3000원을 결제하고, 1시간 분량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 됩니다. 이후 수료증을 발급받아 후 이용 중인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또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이수번호를 등록하면 됩니다. 기본예탁금은 1000만원입니다. '과감한' 매수를 위해 교육을 들은 투자자는 약 84만명에 달합니다. 의무교육이 도입된 첫해 4개월간 14만468명이 이수했고, 2021년엔 33만8918명, 2022년엔 16만2076명이 수료증을 받아 갔습니다. 올해도 11월까지 10만5978명이 수강했습니다. 지난해 연간(9만932명) 이수자 수를 벌써 넘어섰습니다.
'트럼프 리스크',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반등에 베팅한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1개월(11월 11일~12월 10일)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입니다. 순매수액은 5807억원에 달합니다. ETF가 아닌 개별 종목을 봐도 이 상품보다 순매수액이 큰 종목은 삼성전자밖에 없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은 'KODEX 레버리지'도 2836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두 상품은 각각 코스닥150·코스피200 지수의 일일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사랑은 해외주식에서도 확인됩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시작된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배 셰어스 ETF(KORU)를 1750만달러어치(약 250억원) 사들였습니다. 이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변동 폭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국내 증시에선 2배 이내의 레버리지 상품만 거래할 수 있지만, 미국·유럽 시장에선 최대 4~5배 레버리지 상품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특성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보유 종목별 투자 잔액 중 국내 비허용 고위험 종목 투자 비중은 12%에 달했습니다. 1%를 밑돌던 2020년과 비교하면 비중이 10배 이상 커진 셈입니다. 국내와 달리 해외 상장된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할 땐 레버리지 ETP 교육을 받지 않아도 돼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높은 수익률에는 그만큼 큰 리스크가 따릅니다. 베팅에 성공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기초 지수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률도 배로 불어납니다. 또 대부분의 레버리지 상품은 누적 기준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수익률을 추종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한 레버리지 ETF를 1좌당 100원에 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추종지수의 가격이 100원에서 110원이 됐을 때 레버리지 상품 가격은 120원이 됩니다. 다음날 추종지수가 다시 100이 되면 상품 가격은 98원까지 하락해 원금 손실이 발생합니다. 기준점이 120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레버리지 상품엔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도 있습니다. 선물에 투자하는 ETP 상품은 만기 직전에 보유 중인 최근 월물 선물을 매도하고, 차근 월물 선물을 재매수하는 교체 작업, 롤오버를 해야 합니다. 이때 최근 월물 선물가격보다 차근 월물 선물가격이 더 높으면 롤오버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롤오버 비용도 2배로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기초자산이 상승하더라도 ETP 투자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코스닥지수가 5% 넘게 폭락한 지난 9일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매수하려던 30대 투자자 A씨는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매수 주문을 냈는데, '교육 이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만 나올 뿐 예수금이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A씨가 국내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투자를 하지 않아 사전 의무 교육을 받아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관련 교육을 수강했지만, 결국 매수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다음날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8.9% 급등했습니다. A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교육을 이수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습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레버리지 ETP를 거래하기 위해선 '레버리지 투자 사전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국내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2배 상품을 매수한 경우 기초지수가 1% 오르면 수익률은 약 2%가 됩니다. 레버리지와 반대로 지수 하락에 2배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곱하기 인버스) 상품도 교육 이수가 필요합니다.
의무 교육은 2020년부터 도입됐습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증시 변동성이 커졌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에 자금이 과하게 몰렸습니다. 기초 지식이 부족한 신규 투자자의 진입도 늘었는데, 당국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사전교육을 의무화했습니다.
금융투자교육원은 '한눈에 알아보는 레버리지 ETP 가이드'라는 온라인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을 매매하려는 개인 투자자는 3000원을 결제하고, 1시간 분량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 됩니다. 이후 수료증을 발급받아 후 이용 중인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또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이수번호를 등록하면 됩니다. 기본예탁금은 1000만원입니다. '과감한' 매수를 위해 교육을 들은 투자자는 약 84만명에 달합니다. 의무교육이 도입된 첫해 4개월간 14만468명이 이수했고, 2021년엔 33만8918명, 2022년엔 16만2076명이 수료증을 받아 갔습니다. 올해도 11월까지 10만5978명이 수강했습니다. 지난해 연간(9만932명) 이수자 수를 벌써 넘어섰습니다.
'트럼프 리스크',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반등에 베팅한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1개월(11월 11일~12월 10일)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입니다. 순매수액은 5807억원에 달합니다. ETF가 아닌 개별 종목을 봐도 이 상품보다 순매수액이 큰 종목은 삼성전자밖에 없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은 'KODEX 레버리지'도 2836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두 상품은 각각 코스닥150·코스피200 지수의 일일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사랑은 해외주식에서도 확인됩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시작된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배 셰어스 ETF(KORU)를 1750만달러어치(약 250억원) 사들였습니다. 이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변동 폭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국내 증시에선 2배 이내의 레버리지 상품만 거래할 수 있지만, 미국·유럽 시장에선 최대 4~5배 레버리지 상품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특성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보유 종목별 투자 잔액 중 국내 비허용 고위험 종목 투자 비중은 12%에 달했습니다. 1%를 밑돌던 2020년과 비교하면 비중이 10배 이상 커진 셈입니다. 국내와 달리 해외 상장된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할 땐 레버리지 ETP 교육을 받지 않아도 돼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높은 수익률에는 그만큼 큰 리스크가 따릅니다. 베팅에 성공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기초 지수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률도 배로 불어납니다. 또 대부분의 레버리지 상품은 누적 기준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수익률을 추종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한 레버리지 ETF를 1좌당 100원에 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추종지수의 가격이 100원에서 110원이 됐을 때 레버리지 상품 가격은 120원이 됩니다. 다음날 추종지수가 다시 100이 되면 상품 가격은 98원까지 하락해 원금 손실이 발생합니다. 기준점이 120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레버리지 상품엔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도 있습니다. 선물에 투자하는 ETP 상품은 만기 직전에 보유 중인 최근 월물 선물을 매도하고, 차근 월물 선물을 재매수하는 교체 작업, 롤오버를 해야 합니다. 이때 최근 월물 선물가격보다 차근 월물 선물가격이 더 높으면 롤오버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롤오버 비용도 2배로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기초자산이 상승하더라도 ETP 투자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