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은 비즈니스 환경에 다양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양국 경제계는 더욱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풍산 회장)

"강력하고 미래 지향적인 한미관계의 중심에는 양국 경제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에반 그린버그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처브그룹 회장)

한미 경제계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차기 미국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는 한국 측에서는 류 회장을 비롯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삼성전자 윤영조 부사장, 현대자동차 김동욱 부사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마이클 스미스 미국법인 대표, 폴 들라니 SK아메리카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미한재계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린버그 회장을 비롯하여 미국 대표기업들의 회장 및 최고경영자(CEO)가 다수 참석했다. 구체적인 참가자 명단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비공개됐다.

이 행사가 워싱턴에서 열린 것은 5년 만이다. 양국은 번갈아 행사를 주최하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3년 동안 중단됐고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행사가 열렸다. 올해 행사는 당초 9일 리셉션과 10일 본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9일 리셉션은 취소되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 등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10일 행사도 당초 참석자 내역을 공개하려다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류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전 세계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반도체 및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한미 양국의 변함없는 공급망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트럼프 1기 정부 출범 후 지난 7년간 1430억 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에 기여해 왔다"고 적극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조선 방위산업 등은 한국 기업이 세계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양국의 적극적인 산업 협력 방안 모색을 요청했다.

행사에 패널로 참석한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당·알래스카)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미 동맹과 경제적 관계가 강고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미국 상원에서 처음으로 '코리아 코커스'를 결성한 창립 회원이다.

참가자들은 총회 폐회식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무역 및 투자를 증진했으며 상호 이익을 키워 온 뼈대임을 강조하는 공동 성명서를 승인했다. 또 한미 FTA에 기반한 무역통상 체제와 친 시장적인 비즈니스 환경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기업의 미국 내 생산, 고용, 기술혁신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양국 기업 투자가 호혜적이며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 기업인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자력 산업 및 조선업과 같은 양자 협력이 유망한 주요 분야에서 투자공급망 협력을 촉진하고 전문직 비자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양국 간 인력 교류를 활성화할 것을 요청했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제약/바이오, 의료 기술, 방산 및 항공우주 등 전략 산업의 공급망 회복력 강화 협력도 주문했다.

한경협 사절단은 지난 9일부터 사흘간 미국 주요인사를 대상으로 연이어 만남을 갖고 있다. 토드 영 상원의원, 아미 베라 하원의원, 마이크 켈리 하원의원 등 코리아 코커스 소속 의원들과 회동했으며 라인스 프리버스 트럼프 1기 초대비서실장, 켈리앤 콘웨이 1기 백악관 수석고문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도 방문했다고 한경협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대미 그린필드(최초 투자) 최대 투자국(215억달러)이 한국이며, 한국은 대미 투자국 중 일자리 창출 1위 국가라는 점 등 한국의 미국경제 기여도를 강조했다고 한경협은 밝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