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 울려퍼진 '디어 한강'.."역사적 경험 되짚어"
"친애하는(dear) 한강,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한강의 이름이 울려퍼지자 1500명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된 한강은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고 무대 가운데로 향했다. 스웨덴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아 들고 악수하자 장내를 박수소리가 가득 채웠다. 한강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날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재단 이사장은 시상식 개회사에서 문학상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심오하게 탐구한 작품에 소여됐다"고 소개했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시상에 앞서 약 5분간의 연설을 통해 한강의 작품세계를 상세히 설명했다. 맛손은 "한강의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색상은 흰색과 빨간색"이라며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작품 속에서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맛손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고 "한강의 작품은 결코 잊어버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소설 속 인물들은 상처를 입고 부서지기 쉬우며 어떤 면에선 나약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거나 질문을 던질 만큼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벨상 시상식에 한국어 문장이 울려 퍼지진 못했다. 이날 당초 맛손은 연설 말미에 한국어로 한강을 호명할 예정이었으나 영어로 바꿔 불렀다. 수상자의 모국어로 호명하는 관행이 있어 준비했으나,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권위 있는 시상식의 무게감이 흐트러질 가능성을 우려해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강은 이날 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이다. 노벨상 시상식에선 스톡홀름 왕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게 관행이다. 한강이 메달을 받은 직후 영국의 여성 오보에 연주자 겸 작곡가 루스 깁스가 작곡한 '암바르발리아'(Ambarvalia)가 연주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