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문학은 체온 품어…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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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 후 이어진 연회서
한강, 영어로 수상소감 밝혀
"어린 시절 수많은 일인칭 경험
인간으로 남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한강, 영어로 수상소감 밝혀
"어린 시절 수많은 일인칭 경험
인간으로 남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문학을 읽고 쓴다는 건,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연회에서 이같은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노벨상 연회가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단상에 올라 영어로 소감을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오후 주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하늘이 열렸다"며 "비가 너무 강해서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아래에도 여기에서처럼 만큼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쏟아지는 비와 내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세상이 수많은 일인칭으로 구성돼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한강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저 모든 사람은 권리를 가진 '나'로 살고 있었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각자 이 비를 보고 있었고,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한강이 소설을 쓸 때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한강은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했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그 실에 맡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난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등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장 어두운 밤에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언어가 있다. 이 언어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관점을 상상하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연회에서 이같은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노벨상 연회가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단상에 올라 영어로 소감을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오후 주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하늘이 열렸다"며 "비가 너무 강해서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아래에도 여기에서처럼 만큼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쏟아지는 비와 내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세상이 수많은 일인칭으로 구성돼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한강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저 모든 사람은 권리를 가진 '나'로 살고 있었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각자 이 비를 보고 있었고,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한강이 소설을 쓸 때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한강은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했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그 실에 맡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난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등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장 어두운 밤에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언어가 있다. 이 언어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관점을 상상하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