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4일 오전 국회를 통과하면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 출동한 경찰도 차량 통행 차단을 풀고 있다. /임형택 기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4일 오전 국회를 통과하면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 출동한 경찰도 차량 통행 차단을 풀고 있다. /임형택 기자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서방 5개국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소속 주한 대사들이 지난주 긴급 회동을 통해 한국의 비상계엄 여파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5개국 대사들은 지난 6일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주로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각국의 대응 방안과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일부 국가는 한국이 파견한 재외공관장들로부터 한국 관련 정보를 받지 말고, 본국에서 파견한 주한 대사를 통해서만 한국 정보를 받으라는 요청이 온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한국에 대한 '기피신청'을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요 5개국 주한대사가 모인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APEC을 보이콧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또 "지난 3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송별 오찬 몇 시간 뒤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골드버그 대사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며 "골드버그 대사가 본국에 '윤석열 정부와는 상종을 못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대사의 일정에 대해서는 공유할 수 없고, 외교적 논의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여파로 미국 정부는 계속해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계엄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심각한 오판"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과 8일 골드버그 대사를 접견해 최근 상황을 공유했다. 외교부는 탄핵 정국으로 정상외교 공백이 불가피한 가운데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